위메프發 ‘큐텐 위기’…정산 지연→입점사 탈퇴→결제 거절→은행 대출중단

각종 악재로 '큐텐그룹' 중대 위기 직면
尹정부 '예의 주시', 공정위는 '현장 조사', 결국 칼 꺼내나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07-24 14:26:56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대금 지연 사태가 입점사 탈퇴 러쉬, 은행권 선정산 대출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류·이커머스 유통망을 거느린 ‘큐텐 그룹’이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8일 발생한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대금 지연 여파가 티몬으로 확대되고, 입점사들의 탈퇴 행렬과 결제 거절, 은행권 대출 중단 등이 맞물린 여파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며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습이지만 모기업 ‘큐텐’은 뽀족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위메프 발(發) 대금 정산 지연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관측이다. 

24일 주요 은행들은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진 티몬·위메프에 대해 선정산 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해당 쇼핑몰이 정산금 지연사태로 대출 상환이 불투명해졌다고 은행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정산대출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은행에서 판매대금(물건을 판매한 뒤 이커머스로부터 정산되지 않은 금액)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구조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SC제일은행도 티몬·티몬월드·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위메프 이승욱 글로벌사업본부 이승욱 본부장, 민경덕 패션뷰티사업본부 본부장, 권민수 옴니플러스사업본부 본부장 <사진=위메프>
이에 앞서 22일부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에서는 이들 여행사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티몬 및 위메프에 오는 25일까지 밀린 대금을 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 유사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일에는 롯데백화점이 철수 했으며, TV·데이터 홈쇼핑 업체들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내렸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3월 상품권 판매를 중단한 이후부터는 거래가 없는 상태다.

결제시스템 대란도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않고 있다. 티몬은 전날부터 네이버페이, 구글, 페이코, SSG페이, 스마일콘, 엠트웰브 등 대형 제휴처들이 해피머니 사용 및 전환을 중단했다.

국내 1위 상품권인 컬처랜드는 전날부터 SSG페이 등 제휴처들과 거래가 중단됐다.

‘큐텐 그룹’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달러(2300억원)에 3월 ‘AK몰’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쿠팡’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서 단행한 외연 확장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큐텐은 외연확장에 필요한 ‘인수자금’을 내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판매자 대금 정산 기준을 1주일 정도에서 한 달로 미루면서 정산 기간을 늘렸다. 변경된 시스템은 위메프·티몬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최대 두 달 후에 판매자에게 정산해주게 된다.

 

큐텐은 두 달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정산 대금을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가 알리·테무 등 중국발 저가 공세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운용자금’ 회전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

 

현재 위메프와 티몬의 재무건전성은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 성자산은 71억원으로 2022년 275억원 대비 26%선으로 떨어졌다.


총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위메프 부채비율은 2021년 152%→ 2022년 229%→ 2023년 361%로 크게 늘었다.

위메프 2023년 감사보고서 외부 ‘감사의견’ 결과, 연결회사는 1025억 2000만원의 영업손실과 881억 8600만원의 당기순손실 및 177억 900만원의 영업활동 순현금유출이 발생했으며, 2023년 12월 31일 현재 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가 2481억 3200만원을 초과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티몬’은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309억 6000여만원인데, 유동부채가 7193억 3000여만원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원이며, 2021년(555억원) 대비 86%가 줄었다. 게다가 ‘2023년 감사보고서’는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아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큐텐그룹 계열사의 파트너사는 모두 6만 여개다.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 9000억원에 이른다. 

 

큐텐의 유동성 사태에 정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가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큐텐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일 뿐 정산지연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정산 지연이나 미정산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법으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큐텐의 위메프 인수 신고를 공정위가 승인해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경쟁 제한성 위주로 심사한다”며 “당시 경쟁 제한 관련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판단해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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