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패널 단가 하락에 쪼그라드는 LCD업계, "반도체가 부럽다"
DSCC보고서, 내년 투자 50% 이상 감속 예상...수요 강세에 투자늘리는 반도체와 대비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2022-05-18 13:16:08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각종 전기 전자 통신기기와 자동차 등의 핵심 부품이자 기술집약도가 높고 막대한 투자를 수반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서 유사한 면이 많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국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업종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수출 기여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먹거리이다.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 중 '글로벌 초격차 산업 육성'의 대표 아이템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이처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수 년전부터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쌍두마차가 세계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며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반면에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양적인 면에서 2위로 밀려난게 현실이다.
시장 상황 역시 극명하게 대비된다. 반도체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 전력적으로 밀고 있는 비메모리의 대표주자인 파운더리는 수요 급증세에 힘입어 공급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반해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의 영향으로 공급과잉 국면 속에서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중반까지만해도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의 일시적으로 특수가 맞물려 가격이 호조를 보였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반도체와 같은듯 다른 행보
같은듯 다른 행보를 보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설비 투자 면에서도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삼성과 하아닉스가 막대한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투자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져 업계의 경영 실적이 악화돼, 결국 투자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향후 전망도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투자 규모는 53억달러(약 6조7400억원)로 올해보다 무려 5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치솟았던 LCD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업계가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일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대표 아이템이었으나 최근 OLED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LCD는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DSCC는 내년 설비투자 규모가 LCD 19억달러, OLED 34억달러로 각각 올해보다 79%, 4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패널 판가 하락과 수급 악화를 견디다 못한 패널 업체들이 결국 투자를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DSCC는 다만 디스플레이업계의 투자는 2년 후인 2024년 116억달러, 2025년 133억달러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요부진에 투자 급격히 위축
디스플레이업계를 궁지로 내몰고 있는 판가 하락은 최근 그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32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은 36달러로 지난달 대비 5.3% 하락했다. 43인치와 55인치 패널도 각각 1.3%, 1.7% 가량 떨어졌다. 초대형 제품인 65인치와 75인치도 각각 2.9%와 1.8%의 낙폭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노트북용과 모니터용 LCD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야말로 예외가 없는 전방위 약세다.
DSCC는 LCD 시장의 대표 아이템인 중대형 TV용 패널 가격이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방산업인 TV업체가 비 성수기를 이용해 저가에 패널을 대량 구매해 재고를 축적했는데, 예상과 달리 지속적인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재고가 과잉 상태를 보여 추가 하락세를 면하기 어렵게됐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의 업황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응용분야의 확장성 면에서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TV와 모니터 등 일부 셋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디스플레이와 달리, 반도체는 자동차, 데이터센터 등 응용 분야를 계속 넓히며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 가격하락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중국의 추격권에서 멀어진 반도체와 달리 LCD는 중국에 추격을 허용한데 따른,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90년대말 하이닉스의 자회사였던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LCD시장에 뛰어든 중국은 그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R&D와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LG와 삼성이 양분하던 LCD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대대적인 설비증설과 가격공세의 여파로 LG는 OLED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LG와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삼성 역시 과거에 비해 상당히 위축돼 있는게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 실적악화에 '울상'
이같은 시장 상황은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대표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실상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LG는 요즘 실적 악화로 울상이다. LG는 지난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6% 줄어든 6조37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나 줄어들었다. 계절적 비수기와 수요부진, 제품 출하가 하락 등 트리플 악재가 맞물린 결과다.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2분기 전망도 그리 밝을 리 없다. 증권가에선 LG 실적에 대해 2분기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패널 가격이 2분기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LG의 캐시카우중 하나인 IT용 LCD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영향 등으로 매출이 10% 이상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에 반해 반도체의 시장 상황은 여전히 양호하다. 우크라이나전쟁 등 각종 불확실한 외생 변수 속에서도 늘어나는 수요 덕에 향후 경기 전망도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메모리, 비메모리 할 것 없이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여 가격하락은 커녕 상승 요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 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양상이다.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디스플레이와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디스플레이업체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전반적으로 업황이 불투명해서 투자 분위기 자체가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막강한 자본 축적과 높은 시장지배력, 그리고 지속적인 수요 강세를 바탕으로 개발과 설비투자를 계속 늘려가는 반도체 업계가 부럽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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