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결국 연임 꿈 접은 손태승...우리금융 차기 회장은 누구?

18일 임추위 앞두고 거취 표명...금융당국 중징계 이후 안팎 여론악화에 결국 백기
이원덕 박화재 등 차기회장 유력후보군 급부상...윤종룡 등 외부인사 발탁 가능성도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1-18 13:15:27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장고 끝에 용퇴를 결정, 4년여 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작년 11월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연임 도전 의사를 굽히지 않던 손 회장이 끝내 꿈을 접은 것이다.


손 회장은 18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첫 회동을 앞두고 연임 포기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오는 3월25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그간 거취 표명을 미뤄왔던 손 회장이 금융당국 중징계 이후 꼭 두 달만에 연임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것이다.

 

손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끝내 연임을 포기한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과 우리금융 이사진의 부정론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이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이후 금감위와 금감원은 지속적으로 무언의 '용퇴' 압박을 가해왔다.

라임펀드 사태에 발목 잡힌 손 회장의 용퇴

중징계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손 회장으로선 금융당국과의 대결구도로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도 문책 경고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은 제기하기로 한 것도 결국 '연임'과 '소송'이란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


우리금융 이사진과 내부 여론이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도 용퇴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손 회장 중징계 결정의 부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향후 신사업 추진, M&A 등 사업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 손 회장 연임에 대한 부정론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손 회장이 비록 연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난 이상 향후 임기 수행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우리금융의 미래를 위해 손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를 내려야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결국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무언의 압박과 안팎의 여론 악화에 발목이 잡혀 4년여간 맡아왔던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손 회장의 뒤를 이어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수장에 누가 오를 지에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짓에 불과한 만큼 우리금융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18일 임추위를 열고 1차 후보군, 즉 '롱리스트'를 선정하고 오는 27일경에 2~3명으로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압축할 예정이다.


임추위는 이어 '숏리스트'에 오른 최종 후보군에 대한 정밀 심사 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초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 후보는 3월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시작한다.

'영업통' VS '전략통'...치열한 2파전 양상?


현재 차기 우리금융지주 수장 자리를 노리는 회장 후보군에는 다양한 인물이 물망에 오르며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행장, 남기명 전 부행장 등 내부 임원을 비롯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외부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전히 우리금융 내부에서 손 회장의 입지가 탄탄한 만큼, 그동안 손 회장과 뜻을 같이하며 합을 맞춰온 이덕원 행장과 박화재 사장의 2파전 양상으로 경쟁 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반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융당국과의 불편해진 관계 회복 차원에서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친 임 위원장 등 외부파의 발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잘 알고 향후 손 회장 체제에서 추진돼온 미래사업 등에 접점이 많은 이 행장과 박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은행 노조는 물론 과점주주들 사이에서 관치 우려와 함께 외부인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게 사실이다.


만약 이 행장과 박 사장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이 압축된다면,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최고의 '전략통'과 '영업통'의 대결이란 점에서 볼꽃튀는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성장 배경과 주특기가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원덕 행장은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90년에 입행해 87년에 입행한 손 회장의 직속 3년 후배다.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치며 우리금융그룹 출범에서부터 민영화에 이르기까지 손 회장과 늘 함께하며 지근에서 보좌했다.


2020년 12월부터 지주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손 회장과 함께 우리금융의 유일한 사내이사이다. 손 회장 유고시엔 회장 직무를 대행을 맡을 정도로 사실상의 넘버2다. 특유의 전략통으로서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숏리스트 나올 이달말 대체적인 윤곽 나올듯

박화재 사장은 이 행장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이 행장과 손회장과 사연(社緣)으로 연결돼 있다면 박 사장은 지연(地緣)으로 얽혀있다. 손 회장과 박 사장은 광주출신이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 행장과 달리 박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이 전략가적 성향과 자질이 강한 전략기획통인 이라면 박 사장은 우리금융 내부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울 만큼 철저한 영업통이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과 서초영업본부장, 여신그룹 담당 부행장 등을 거치며 발군의 능력을 발휘,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통이자 여신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지점장 근무 시절 KPI(핵심성과지표) 전국대상을 받아 영업능력을 입증받기도했다. 지주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그룹 업무를 일임받아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만만찮은 경영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박 사장이 만약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른다면 금융권의 또 하나의 고졸(광주상고)신화가 탄생하게 된다. 금융권 수장에는 유달리 고졸출신 회장이 많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으로 좁히면 고졸 출신이 두각을 나타낸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상훈·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금융권에서는 한 시대를 주름잡던 CEO 가운데 고졸 은행원으로 입사해 최고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은 유달리 많다.


손태승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자리는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까. 아마도 우리금융 임추위가 숏리스트를 결정할 이달말 경에는 그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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