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국민 읍소로 전술 바꾼 ‘고려아연’… ‘짠’하지만 괘씸하다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11-18 14:25:12
고려아연은 울산지역과 국민의 우호적 여론에 힘입어 영풍·MBK연합과의 ‘쩐의 전쟁’에선 선방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이 ‘자충수’가 되면서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직면했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결정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퇴와 대국민 호소로 진화에 나섰지만, 임시주총 전에 일반주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난달 31일 고려아연은 평균주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알렸다.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나온 발표에 일반주주들은 주주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감독원은 주주가치 훼손 및 불공정공시 조사에 착수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연일 하락했으며, 이 틈을 타 MBK파트너스는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결국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 시도는 실패로 끝나며 영풍·MBK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만 3%대에서 5% 이상 벌어졌다.
이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유상증자 철회 결정을 직접 설명하며 “유통 물량을 증가시켜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 전환이 취지였지만, 사전에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것과 다른 ‘논리 모순’에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경영권 분쟁 초반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중국 자본 기업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M&A 시도는 적대적 약탈적 인수행위라고 규정하며 영풍과 MBK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비철금속 세계 1위 기간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려아연의 지역 기반인 울산시 지자체와 시민단체들도 고려아연을 위해 ‘1주 사주기 캠페인’ 등을 벌이며 고려아연 지키기에 나섰다.
시장의 힘을 믿은 고려아연은 자신있게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유상증자로 조달한 2조5000억원의 90% 이상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명분은 고려아연 주식 수를 늘려 ‘국민주’처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결국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외국계 투기자본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도 현실과 동떨어진 저가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빛이 바랬다.
울산 온산제련소의 계속적인 인명사고도 한몫했다. 그동안 영풍의 석포제련소 ‘낙동강 수질오염’ 문제를 비판해 온 고려아연은 최근 1명의 사망사고, 2명의 감전 사고를 일으키며 오너리스크 문제점도 드러냈다.
유상증자 실패로 지분율 싸움에서 밀린 고려아연이 믿을 곳은 7%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들이다.
이번에도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들과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읍소했다.
이제 고려아연 경영권의 향방은 최 회장과 우호지분 34.65%, 영풍·MBK연합 39.83%을 제외한 25% 주주들에게 달려있다.
고려아연의 ‘환골탈태’ 의지와 노력이 주주들의 마음을 얻었는지는 올해 말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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