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사장 이상 승진자 1명에서 5명으로…핵심 경영진 강화
한섬은 수익성 회복, 백화점은 신규 출점에 무게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10-29 13:39:29

▲ 장호진(왼쪽) 현대지에프홀딩스 신임 부회장과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신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업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지주사와 식품사업은 기존 경영진의 위상을 높였지만 패션사업은 대표를 교체했다. 백화점에는 신규 출점을 담당할 인력을 재배치했다.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사업별 성장 과제에 맞춰 책임자를 배치한 전략적 인사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29일 승진 27명, 전보 23명 등 총 50명 규모의 2027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승진자 수보다 최고경영진의 변화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도 승진자는 27명이었지만 사장 이상 승진자는 1명에 그쳤다. 올해는 부회장 2명과 사장 3명 등 5명으로 늘었다. 전체 승진 규모는 유지하면서 핵심 경영진을 두텁게 한 셈이다.

가장 상징적인 인사는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과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의 동반 부회장 승진이다. 두 회사에서는 윤영식 부사장과 이헌상 부사장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관리하는 지주사와 식품사업에 고위 경영진을 집중적으로 보강한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대표이사 정지선·장호진)는 2023년 출범한 지주회사 체제의 중심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20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3%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취득도 결정했다.

장호진 부회장 승진은 계열사별 성과 관리와 투자 우선순위 조정, 주주환원 등 지주사의 경영 과제가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열사의 이익 성장을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홍진 부회장의 승진은 식품사업의 실적 개선과 맞닿아 있다. 현대그린푸드(대표이사 박홍진)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2165억원, 영업이익은 8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4%, 33.9% 증가했다. 단체급식 수주 확대와 케어푸드·외식사업 성장에 제조원가 및 물류비 효율화가 더해진 결과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헌상 부사장이 신설 영업총괄을 맡고, 외식사업 조직도 캐주얼다이닝과 파인다이닝으로 세분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존 급식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외식과 식품 유통 등으로 성장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섬은 실적 회복에도 대표이사 교체를 선택했다.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민덕 대표 대신 해외패션본부장인 유태영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한섬(대표이사 김민덕)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7% 증가했다. 그러나 장기 실적을 보면 과제가 뚜렷하다. 연간 매출은 2022년 1조54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918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83억원에서 522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0.9%에서 3.5%로 낮아졌다.

단기적인 실적 반등만으로 과거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해외패션 전문가를 새로운 대표로 발탁한 것도 기존 사업구조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유태영 내정자는 해외패션 브랜드 도입과 사업 확대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한섬은 지난 21일 프랑스 러닝 브랜드 새티스파이(SATISFY)와 국내 독점 리테일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럭셔리 패션 중심의 수입 브랜드 사업을 스포츠와 잡화로 넓히는 전략이다. 이번 인사에서 해외패션본부장과 영업본부장도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다만 해외 브랜드 확대에는 상품 확보와 매장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른다. 새로운 브랜드의 외형 성장뿐 아니라 이익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새 경영진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신규 점포 확보와 영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 전보 인원 23명 가운데 11명이 현대백화점 소속이다. 전보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주력 유통사업에 배치한 것이다.

현대백화점(대표이사 정지영)은 김창섭 부사장을 신규점프로젝트추진본부장에 배치하고 류영민 전무를 미래성장추진실장으로, 최원형 전무를 영업전략실장으로 이동시켰다. 김봉진 상품본부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 더현대 부산을 시작으로 2028년 경산 프리미엄아울렛, 2029년 더현대 광주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점포 투자와 상품 경쟁력 강화가 맞물리는 시점에 관련 조직의 책임자를 재배치한 것이다. 신규 점포가 개장 후 얼마나 빠르게 수익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투자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의 한광영 대표가 사장으로, 현대디에프의 박장서 대표가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한 것도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방향과 일치한다.

결국 이번 인사는 일률적인 세대교체보다 사업별 과제에 맞춘 선택적 쇄신에 가깝다. 지주사에는 자본 배분과 기업가치 제고, 식품사업에는 성장 확대, 한섬에는 수익성 회복, 백화점에는 신규 출점이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내세운 '안정 속 쇄신'의 성패도 승진자의 직급보다 이러한 경영 전략이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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