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새해 첫달부터 사상 최대 무역적자..."계절 탓"하는 정부
수출 17%↑, 무역적자 역대 최다 127억불...잇단 한파에 에너지수입 급증 영향
반도체값 폭락에 '백약이 무효'...삼성 이어 하이닉스도 첫 영업적자 어닝쇼크
정부, 방산·원전·인프라 지원 강화..."반도체 반등없이 적자구조 탈피 어려워"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2-01 13:10:36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쪼그라들며 새해들어서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입이 소폭 감소하며 증가세가 꺾였음에도 수출이 더 부진한 탓에 1월 무역적자가 12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연간 무역적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이며, 월간 무역적자 사상 최대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정부가 수출 확대에 올인하며 세일즈외교와 수출기업에 대한 총력 지원태세를 가동하고 있지만, 핵심품목인 반도체 부진에 백약이 무효인 안타까운 상황이다.
글로벌 복합위기와 미증유의 총체적인 경기침체에 수출부진과 무역적자는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국들도 수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부진의 강도가 큰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은 수출이 경제에 차자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반도체 ASP급락에 반도체 수출 거의 반 토막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554억6천만달러) 대비 16.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반도체 부진 영향 때문이다.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나드는 반도체가 극도로 부진하자 수출이 줄어들고, 무역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산자부 측은 지난해 1월 수출이 역대 1월 최고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지만, 반도체 부진의 정도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는 조짐이 일부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메모리 평균 판매가격(ASP)이 40% 가량 급락, 반도체와 전체 수출이 줄어드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D램, 낸드플래시 등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작년 동월 대비 44.5% 급감했다.
수출의 버팀목 반도체가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나홀로 분전'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흐름을 돌려놓을 정도는 아니다.
반도체 업황과 수출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 지는 양대 반도체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이 가감없이 입증하고 있다. 삼성이 31일 공시한 작년 4분기 실적 결과 반도체가 겨우 적자를 면하는 최악의 부진으로 '반도체 쇼크'를 보여줬다.
삼성과 달리 메모리 비중이 절대적인 하이닉스는 더욱 심각했다. 하이닉스는 1일 지난해 4분기에 1조701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만의 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이다.
연간 매출은 44조6481억원,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4%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하아닉스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것을 감안하면, 3분기 이후 반도체 수요위축과 ASP 낙폭이 커지는 흐름에 역대급 어닝쇼크를 낸 것이다.
에너지류 수입 1월 평균의 50% 이상 급증
세계 1, 2위 메모리업체인 삼성과 하이닉스의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의 낙폭은 지난달(-27.8%)보다 훨씬 더 커졌다.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선박(86.3%), 자동차(21.9%), 석유제품(12.2%) 등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은 증가했지만, 반도체의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대 중국 수출이 31.4% 줄어들며 8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의 총체적 부진 탓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넉 달째 마이너스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사이 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 기록마저 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월 총 수입액은 589억5천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2.6% 줄었다. 수입액 중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부문은 지난달 158억달러로 전체의 무려 26.8%를 점 했다. 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103억달러)을 5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수입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가 지난달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며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26억9천만달러로 월간 역대 적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월간 기준 종전 무역적자 기록은 작년 8월의 94억3천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11개월 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가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 1일 오전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소집,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 중국 관계개선 등 실질적 수출회복 전략 필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와는 별개로 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를 열고 방산·원전·인프라 등 최근 수출분위기가 좋은 유망업종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 목표를 올해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발표된 1월 수출입 동향과 관련, "1월 무역적자는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 등 요인이 수지 악화를 가중했다"고 말했다.
계절적으로 무역수지가 가장 나쁜 달이 1월이며, 반도체와 중국 변수 등 악재가 겹쳤다는 해명이다. 추 부총리는 "향후 무역수지는 여러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일즈 외교력을 극대화하며 총력지원을 선언한 방산, 원전, 인프라 등 최근 분위기가 좋은 업종은 대부분 실질적인 수출에 플러스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에 수출 회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과 파급효과가 절대적이어서 반도체 업황과 수출가격의 반등이 없이는 무역적자 구조의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어 "정부가 중장기적인 수출 재도약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실질적으로 수출 회복에 영향을 줄만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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