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위해 짓던 美공장서 ESS 먼저 만든다…삼성SDI ‘AI 전력’ 승부수
GM 지분 인수 추진한 인디애나 공장, 당초 27GWh EV 배터리 거점
美 ESS 수주 확대에 생산기반 활용…투자비·가동 시점은 변수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9-21 13:08:24
삼성SDI(대표 최주선)가 전기차(EV) 배터리를 위해 건설하던 미국 생산거점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우선 생산할 계획이다. EV 수요 둔화 속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로 빠르게 늘어나는 ESS 수요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공장의 구체적인 ESS 생산능력과 가동 시점, 추가 투자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1일 삼성SDI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가 보유한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배터리 합작법인 ‘시너지셀즈’ 지분 49.99%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기존 50.01%를 보유한 삼성SDI가 법인 지분 전량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SDI는 현재 건설 중인 시너지셀즈에서 완공 후 ESS용 배터리를 우선 생산하고 ESS 전용 라인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공장을 ESS 전용 생산기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GM과 공동 개발하는 EV용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시너지셀즈는 당초 EV 배터리 생산을 위해 추진한 거점이다. 삼성SDI와 GM은 2024년 합작계약 당시 약 35억달러를 투자해 초기 연간 생산능력 2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향후 36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그러나 삼성SDI가 GM 보유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기존 투자계획도 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과거 제시했던 2027년 양산 일정과 생산능력을 현재 확정된 계획으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EV용으로 구축해온 미국 생산기반을 ESS 수요 대응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EV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한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용 ESS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기존 생산라인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일부 EV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NCA·LFP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실적자료에서 이 같은 전환을 통해 2026년 말 미국 ESS 생산능력을 약 30GWh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는 당시 제시한 계획으로, 이후 시너지셀즈 지분 인수와 추가 투자를 반영한 현재 최종 생산능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SS 수요의 가시성은 높아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이미 확보한 미국 ESS용 각형 LFP 수주만으로도 2029년까지 계획한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까지 포함할 경우 2028년부터 수요가 기존 생산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생산능력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공급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미국 고객사와 2027년부터 약 3년 동안 2조원 넘는 규모의 LFP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에너지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도 맺었다. 공급 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로 NCA와 LFP 배터리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도 ESS 사업 확대의 배경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많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중요해 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백업유닛(BBU)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I도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력용 ESS와 UPS, BBU 등 고출력 제품 판매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관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iM증권은 21일 삼성SDI를 EV 배터리업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 업체의 시각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59만원에서 80만원으로 높였다.
iM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3분기 매출을 4조1000억원, 영업이익을 2850억원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전지 매출은 전분기보다 약 3% 감소하는 반면 ESS 매출은 약 3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숫자는 삼성SDI가 발표한 확정 실적이 아니라 증권사의 전망치다.
다만 ESS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너지셀즈는 현재 건설 중으로 ESS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와 고객사 인증 일정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SDI는 시너지셀즈의 ESS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인 투자비와 예상 마진, 최종 생산능력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공장이 건설 단계인 만큼 완공과 설비 구축 시점도 변수다.
또 시너지셀즈가 향후 EV용 배터리까지 생산할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ESS와 EV 생산능력을 어떤 비율로 배분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결국 삼성SDI의 북미 전략은 EV 중심으로 계획했던 생산거점을 ESS 수요에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확보한 ESS 수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너지셀즈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기반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EV 시장 둔화로 생긴 부담을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용 ESS 수요가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추가 투자 부담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가를 전망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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