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더 엄격해진 美IRA...현대車그룹엔 실보다 득?

美 IRA세부지침 따라 보조금 지급대상차종 절반이하 '뚝'
배터리요건 강화 해외업체 다 제외...현대 GV70도 빠져
보조금대상차 확 줄어 현대차와 기아 경쟁여건 호전 분석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4-18 13:07:20

▲ 보다 엄격해진 미국IRA 세부지침으로 보조금지급 대상차종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함에 따라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조건을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것'으로 제한, 보조금 지원 대상 차종이 종전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종전에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만 직접 조립 생산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IRA 세부지침에서 배터리의 핵심광물까지 제한을 둠으로써 상당수 차종이 보조급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양산, '북미 현지 조립'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배터리 광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로선 이번 강화된 IRA세부지침으로 인해 경쟁 차종이 크게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경쟁 여건이 다소 호전,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배터리 광물조건 따라 대상차 40개서 16개로 줄어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전기차가 총 16개(하위 모델 포함 22개)라고 발표했다.


종전까지는 북미산 조립 요건만 맞추면 보조금 대상이었지만, 올들어 엄격해진 배터리 요건을 맞춰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북미 공장을 운영중인 닛산을 비롯해 일부 미국산 전기차 마저 강화된 배터리 요건을 맞추지 못해 최종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며 전반적으로 40개를 넘었던 혜택 대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캐딜락의 리릭, 쉐보레의 볼트와 이쿼녹스, 포드 F-150 라이트닝,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PHEV 등 4개사의 일부 차종은 북미 현지 조립과 배터리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해 3750~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16개차종 모두 미국전기차다. WSJ는 "외국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은 단 한 대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역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특히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의 유일한 메이드인USA 전기차 GV70의 경우 세부지침 발표 전에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제외됐다.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최종 제외한 현대차의 전동화모댈 GV70. <사진=현대차제공>

 

이달초 재무부가 발표한 IRA 세부지침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조건을 완벅하게 충족한 차량에만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혜택을 준다.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최소 50% 이상 사용할 경우 3750달러,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핵심 광물을 최소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추가 지급한다.

■ GV70 제외에 현대차 주가 약세...시장반응 엇갈려

바이든 정부는 더욱 까다로워진 IRA세부지침과 함께 이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만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를 수 십만명의 운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그린 퓨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또 집카가 보유한 전기차의 25%를 소외된 지역 사회에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레드우드는 2030년까지 500만대의 전기차 전력 공급을 목표로 배터리 구성품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보다 엄격해진 IRA세부지침 적용에 따라 국내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증시에선 GV70이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빠지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져 18일 12시47분 현재 현대차의 주가가 전일대비 2.21% 빠진 19만700원에 거래중이다. 기아 역시 비슷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애초부터 올해까지는 어떤 기준으로든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했던 데다가 렌트카 등 상업용 자동차의 경우 IRA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전체적인 보조금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 경쟁 상황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국내 조립 제품이고 그나마 현지 생산이 시작된 GV70도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보조금 대상이 40개에서 16개로 줄어 현대차그룹으로선 상대적 박탈감이 덜해졌다는 의미와 같다.

 

▲축로 대기중인 미국의 전기자동차들. <사진=연하뉴스제공>

 

■ 전후방업체 긴밀히 협력해야 '위기를 기회로'

현대차그룹은 IRA 세부 지침상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북미 현지 조립 등의 요건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 현지 시장에서 리스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리스 판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확대해 보조금 수급 요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와는 별개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건립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 완공 시기를 애초 목표인 2025년 상반기에서 최대한 앞당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협력업체들과의 적극적인 협업도 추진한다. IRA의 강화된 배터리 요건을 맞추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과 미국 내 배터리 수급을 위한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 IRA 보조금 요건 충족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3사는 북미 지역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한편 주요 광물의 중국산 의존도를 대폭 낮춰나갈 방침이다. 이미 배터리업계는 IRA 시행과 맞물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강화된 IRA지침은 결과적으로 국내 전기차업체와 배터리업체들이 IRA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버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 전후방업체들이 적극 협력한다면, IRA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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