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美전기차시장서 잘 나가던 현대車, IRA여파에 '급브레이크'

9월 현대·기아 美전기차 판매량 급감...보조금 혜택 배제 탓 갈수록 판매감소 불가피할듯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10-04 12:56:58

IRA에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사진은 기아의 간판 전기차인 EV6. <사진=연합뉴스제공>

세계 전기차 부문 최강 테슬라까지 위협하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한참 잘나가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IRA(인플레이션방지법)의 여파로 9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세로 돌아선 것이다.


IRA는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전기차에 한해서만 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긴급조치다. 국내서 조립생산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테슬라, GM 등 미국산 전기차에 상대적으로 강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해온 현대차그룹으로선 졸지에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며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IRA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이후 현대차그룹의 첫 월간 전기차 판매량 집계 결과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내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RA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간판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총 1306대가 팔렸는데, 이는 8월(1517대)에 비해 14%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 7월(1984대)가 비교하면 무려 30% 급감한 것이다. 현대차는 7월을 정점으로 매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에 올인을 선언하며 모든 역량을 전기차에 쏟아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의 자동차사업 전체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아의 상황도 현대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아를 대표하는 전기차 EV6는 9월 한 달간 미국시장에서 1440대가 팔렸으나 8월(1840대) 보다는 22% 급감했다. 7월, 8월 연속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측이 이에 대해 업계의 통상적인 판매량 비교 기준에 따라 전월이 아닌 전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미국판매량은 크게 늘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작년 판매량 자체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판매량은 당분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9월까지는 그나마 IRA에 저촉을 받지 않는 기존 계약분이 포함돼 있지만, 10월 이후 IRA여파에 직격탄을 맞게돼 상황 반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이 IRA의 타격을 분명히 받고 있을 것으로 보지만 시행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보다 시차를 두고 연말 또는 연초쯤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법 시행에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적 변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은 이미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유일한 방법은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지급 차별 논란을 받아들여 IRA적용에 유예기간을 두거나 보조금지급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부가 외교 라인을 총동원하고 있고 자동차협회 등 관련 단체와 정치권까지 나서 미국 측에 IRA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IRA성과'를 홍보하는 등 요지부동이다.


전문가들은 "중건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면, 상황이 달라질 개연성은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진 못한다"면서 "현대차그룹측이 미국내 기존 공장 일부를 전기차전용라인으로 하루빨리 전환하는 것만이 IRA를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전기차부문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미국 9월 전체 판매량은 5만94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투싼이 31% 증가한 1만2971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싼타페도 9192대 40% 증가하며 미국 SUV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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