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하반기 반등 채비 나서나...긍정적 지표 두드러져
KDI,‘한국 경제 경기 저점 통과’진단 내려
6월 수출 감소세 둔화·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반도체 업황, 3분기 턴어라운드 기대감 높아져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7-10 12:50:36
하강 국면에 놓인 한국 경제가 부진을 딛고 예상대로 올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반기가 본격 시작되면서 국내 경기 회복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고수해 온 정부로서는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마저 어려워지게 된다는 점에서 예민하다. 기업도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설비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 등에 나설 수밖에 없어 하반기 경기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어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대한상의도 3분기 유통기업 대상 조사 결과 소매경기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일단 하반기 경기 회복에 긍정적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정부 전망대로 하반기 경기가 전반기 보다 나아져 경제가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데 힘이 쏠린다. 무엇보다 지난달 물가가 2%로 내려왔고, 적자 행진을 거듭해 온 무역수지도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수출도 9개월째 감소세이지만 감소율은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제조업 부진 완화 속에 반도체 업황도 호전돼 3분기 턴어라운드 기대감도 커지고 있음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줄지 않는 역대급 가계부채에다 부동산 PF, 새마을금고 사태는 하반기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다만 새마을금고 문제는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또 다른 변수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할 기준금리다. 이미 3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기준금리 수준이 하반기 경기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예상대로 '상저하고’ 이뤄지나
이는 ‘한국 경제가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KDI의 판단에서 강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KDI는 그동안 경기 발목을 잡던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의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서비스업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6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이달에는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내린 데서도 알 수 있다. ‘경기 저점‘ 진단은 올 들어 내리막을 걷던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혀진다. 즉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KDI의 이 같은 진단은 우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부진 완화를 꼽는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과 대비해 3월 0.7%, 4월 1.3% 감소한 이후 5월에 8.1% 반등했다.
또한 그동안 수출과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기대감을 높인다. 삼성전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웃돌거나 부합하는 실적을 거둬 3분기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전망을 밝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수출은 1년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해 전월(-15.2%) 대비 개선됐다. 여기에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보여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였다.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9%에서 72.9%로 소폭 올랐고, 재고율도 130.1%에서 123.3%로 하락한 것은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내수도 호전되는 모습이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13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어 소비 심리가 낙관적임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도 77로 집계됐다. 1분기 64, 2분기 73으로 상승한 데 이어 소폭 상승한 것은 소매경기 기대감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5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만1천 명 늘었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7%로 21개월 만에 2%대에 들어선 것은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이다.
■ 발목 잡을 변수도 적지 않아
그럼에도 하반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변수도 적지 않다. 1분기에 이어 4월에도 가계부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은행 등 1금융권 외에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담이다. 기준금리 지속적 인상에 따른 시중 금리가 크게 높아진 탓인데. 소비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6월 의사록에서도 가계부채 우려 문제가 제기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과·고환율·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했지만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은 하반기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국제금융협회가 그제 내놓은 ‘세계부채 보고서’를 봐도 이런 사정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2%로 조사 대상 61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새마을금고 문제도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의 예적금 보호대책 발표 이후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세가 둔화하고 해약한 3천건이 되돌아왔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7월 기준금리 결정이 풍향계
한국은행이 13일 금통위 회의에서 결정할 기준금리 수순은 하반기 경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한은은 지난 2월, 4월, 5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묶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점친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경기를 냉각시킬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부동산 PF 위기가 상존하는 데다 금융권의 연체율 급등 등으로 인해 불안한 금융시장의 경색을 부추길 우려도 없지 않다.
문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이후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커진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급격한 투자 자금 유출이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한은이 하반기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성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 수준을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