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만나는 크래프톤, 로봇 AI는 미래 먹거리인가 위험한 외도인가
AI 협력 기대감 속 루도로보틱스 성과와 게임 본업 시너지 입증이 과제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04 12:50:36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크래프톤 경영진의 만남은 단순한 게임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배틀그라운드’로 성장한 크래프톤이 게임 AI를 넘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확장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지, 본업을 벗어난 고위험 투자로 남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서울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장태석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 총괄 등과 만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회동에서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PC 기반 게임 기술 협력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주요 경영진이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로봇 분야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 협력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양사의 협력은 게임 AI 분야에서 먼저 가시화됐다. 크래프톤은 ‘PUBG: 배틀그라운드’에 AI 동료 기능인 ‘PUBG 앨라이’를 적용했다. 또 ‘인조이’에는 캐릭터가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스마트 조이’를 도입했다. 두 기능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기기 자체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관건은 크래프톤의 AI 전략이 게임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초 피지컬 AI 전문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루도 로보틱스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미국 본사 CEO를, 이강욱 CAIO가 한국지사 대표를 맡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구상은 게임 AI 기술을 현실 세계의 로봇 AI로 확장하는 데 있다. 게임 속 캐릭터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이용자와 상호작용한다. 이 같은 기술은 고도화될 경우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판단 체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은 복잡한 가상 환경을 제공한다. 캐릭터는 전장 안에서 이동하고, 소리를 인식하고, 위험을 피하고, 팀원과 협력한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게임 AI가 단순한 캐릭터 기능을 넘어 로봇 AI 개발을 위한 기술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감만으로는 부족하다.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분야다. 기술 개발 비용이 크고, 실제 수익 모델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크래프톤이 루도 로보틱스를 통해 어떤 기술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그 성과가 언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본업과의 시너지도 검증 과제다. 크래프톤의 핵심 수익 기반은 여전히 ‘배틀그라운드’ IP다. 게임 AI는 이용자 경험 개선과 개발 효율화로 비교적 빠르게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로봇 AI는 게임 사업과 직접적인 수익 연결고리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신사업 투자가 장기화될 경우, 본업의 현금창출력을 불확실한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역시 양면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핵심 기업이다. 크래프톤이 엔비디아와 손잡으면 AI PC 기반 게임 기술, 온디바이스 AI, 로봇 시뮬레이션 등에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핵심 인프라와 플랫폼 의존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회동은 크래프톤이 게임회사에서 AI 기술회사로 확장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젠슨 황 CEO와의 만남은 크래프톤의 AI 전략에 상징성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회동 자체가 사업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크래프톤이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다. ‘PUBG 앨라이’와 ‘스마트 조이’가 실제 게임 이용자 경험을 얼마나 바꾸는지, 루도 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AI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 그리고 이 모든 투자가 본업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젠슨 황과의 만남은 크래프톤의 AI 확장 전략을 부각시키는 계기다. 그러나 그 확장이 미래 먹거리인지, 게임 본업을 벗어난 위험한 외도인지는 아직 결론 내리기 이르다. 답은 향후 수치로 나타날 기술 성과와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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