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루멘텀 1150억달러 인수…삼성전자·SK하이닉스 AI 시장에도 변수
AI 데이터센터 광통신 기술 확보…2028년 상반기 인수 완료 목표
HBM 이어 데이터 전송속도 경쟁 확대…고가 인수 부담도 제기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2026-11-03 12:41:49
미국 반도체기업 마벨테크놀로지가 광통신 부품업체 루멘텀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성능 경쟁이 반도체 연산능력과 메모리 속도를 넘어 데이터 전송기술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3일 마벨과 루멘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업가치 1150억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루멘텀 주식 1주당 마벨 주식 4.5주를 지급한다.
지분가치는 약 1025억달러이며, 인수 완료 후 기존 마벨 주주가 합병회사의 67%, 루멘텀 주주가 33%를 보유한다. 양사는 주주와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8년 상반기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마벨의 인수 목적은 AI 데이터센터의 통신 병목 해소다. AI 연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수많은 반도체와 서버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기존 구리선 기반 연결 방식에는 전송속도와 전력효율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마벨은 반도체 연결과 네트워크 스위칭 기술을, 루멘텀은 고성능 레이저와 광통신 송수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센터의 전송속도를 높이고 전력소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맷 머피 마벨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는 광연결 중심으로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AI infrastructure is undergoing a fundamental architectural shift toward optical connectivity)"고 밝혔다.
마벨은 인수 이후 공략 가능한 전체 시장 규모를 55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회사가 추산한 잠재시장 규모로 실제 매출이나 확보된 수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거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시사점이 있다.
삼성전자(대표이사 전영현·노태문)와 SK하이닉스(대표이사 곽노정)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연산장치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지원한다. 반면 광통신 기술은 여러 연산장치와 서버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담당한다.
메모리 성능이 높아지더라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AI 시스템 전체의 효율은 제한될 수 있다. HBM과 광통신이 대체 관계가 아니라 함께 고도화해야 할 기술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수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사의 마벨·루멘텀 관련 추가 공급계약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규모 인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발표 당일 마벨 주가는 10% 이상, 루멘텀 주가는 15% 이상 하락했다. 인수가격과 향후 AI 투자 수요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는 AI 인프라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성능 메모리와 연산용 반도체에 집중됐던 투자가 광통신과 데이터 연결 분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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