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사상 최대치로 쌓인 재고...4월 실물경기 다시 위축

4월산업동향 발표...반도체發 재고율 통계작성 이래 최대
넘치는 재고에 생산 1.4%↓...소비 2.3%↓,두달연속 하락
기재부 "1분기 회복세 완만한 조정"…5월 소비 반등 기대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5-31 12:40:09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올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실물경기가 4월 들어 다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소폭이나마 이어졌던 상승국면의 완만한 조정일까. 전 산업 생산과 소비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우리 경제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며 경제의 활력을 잃어 생산과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역시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KDI와 한은이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와 1.6%에서 1.5%와 1.4%로 하향조정하고, 이에 정부도 최근에 성장률 예상치(1.6%)를 더 낮추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높은 재고율에 생산 증가세 꺾여...공공생산도 급감

4월 전 산업생산과 소비가 약속이나 한  듯 감소세로 돌아섰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감소도 감소지만 지난해 2월(-1.5%) 이후로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 2월(1.0%)과 3월(1.2%) 연속으로 비교적 강한 흐름을 보였던 생산활동이 다시 기세가 꺾인 모양새다.


제조업 생산이 화근이었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줄면서 전반적인 생산 위축을 이끌었다. 3월에 35.1% 깜짝 증가세를 보였던 반도체 생산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계장비와 의약품이 각각 6.9%, 8.0% 감소했다.


생산과 상관관계가 높은게 바로 재고다. 반도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제조업 출하량이 줄면서 재고율(재고/출하)은 3월 117.2%에서 4월 130.4%로 무려 13.2%포인트 상승했다. 생산량이 늘어난만큼 팔리지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수요위축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도체 재고량이 향후 빠르게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제공>

 

출하량에 비해 무려 30%가 넘는 재고량은 통계청이 재고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핵심 원인은 반도체이다. 좀처럼 수요회복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반도체 부문은 출하가 20.3% 감소하고, 재고는 31.5% 급증했다.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 생산도 도소매, 운수·창고를 중심으로 0.3% 줄었다. 무엇보다 공공행정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공공행정 생산은 12.4% 급감했다. 2011년 2월(-15.3%) 이후 12년여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며, 공공보건 관련 지출이 급감한 영향으로 읽힌다.

■ 소비, 불안한 실물경기 속 4개월만에 마이너스성장

4월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이다. 소비는 작년 12월(0.1%)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3월까지 4개월간 단 한번도 역성장하지 않았으나, 4월에 마이너스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앉은데다가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강력한 처방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4월 소비가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현재의 경기둔화 현상의 깊이를 짐작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4월 105.2(2020년=100)로 전월에 비해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폭 감소다.


지난 2월 5.1%의 상승반전을 이끌어내며 깜짝 강세를 보였던 소매 판매는 지난달(0.1%) 큰 폭으로 둔화된데 이어 4월에 감소세로 돌아서 실물경기의 불안한 흐름을 여실히 보여줬다.


4월 소비가 쪼그라든 것은 2월 의류 구입이 많았던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 실제 의복 등 준 내구재 판매는 6.3%로 가장 많이 줄었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2%), 통신기기 및 컴퓨터·승용차 등 내구재(-1.7%) 등도 판매가 줄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설비투자가 소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3월 -2.4%였던 설비투자는 4월엔 0.9%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가 증가하며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는 피했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늘면서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2.4%)에서 공사 실적이 줄었으나, 건축(2.4%)에서 실적이 늘면서 전월보다 1.2% 늘었다.

■ 경기회복 시점 불확실성 잔존...5월 소비 회복 기대감

4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 나타난 중요한 한가지는 경기회복 시점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3월까지만해도 완만하지는 회복세가 뚜렷해보였으나 4월엔 생산과 소비가 동반 하락하며 실물경기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생산과 소비가 모두 전월대비 하락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만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p 떨어진 98.0으로, 6개월 연속 하락한 것도 이같은 경기의 불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p) 상승한 99.9를 기록, 3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탔지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가 그만큼 예측불허란 의미와 같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와관련 "경기 흐름이 최근 어려운 상태"라며 "전반적으로 전기·전자(IT),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불확실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로 전반적으로 산업활동이 활기를 잃고 있지만, 5월엔 다소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생산 회복의 최대 걸림돌인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의 감산효과로 재고량이 줄고,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며 5월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소비 역시 눈에띄는 반등을 기대하긴 여려운 상황이지만,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월의 때 이른 고온현상으로 야외활동이 크게 늘어났고, 정부가 강력한 소비촉진 대책을 시행,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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