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Arm '1800% 로열티' 공방…삼성도 지켜볼 차세대 IP 가격
퀄컴, 최대 5년 로열티 면제 요구
Arm v10 협상가격 놓고 정면충돌
삼성 엑시노스도 최신 Arm 아키텍처 채택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 2026-10-07 12:39:17
퀄컴과 Arm의 법정공방이 단순 계약분쟁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 설계자산(IP)의 가격을 누가 결정하느냐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퀄컴이 Arm의 차세대 아키텍처 로열티가 기존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주장하면서 Arm 기술을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국내 팹리스에도 향후 라이선스 조건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7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퀄컴과 Arm은 지난 5일부터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계약분쟁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메리엘런 노레이카(Maryellen Noreika) 판사가 맡은 이번 재판은 배심재판과 일부 재판부 판단을 함께 진행하는 구조다. 5일간 일정으로 잡혔다.
퀄컴은 Arm이 계약상 제공해야 할 칩 테스트 도구를 제대로 넘기지 않았고 2024년 라이선스 계약 종료 가능성을 외부에 알리면서 사업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메타(Meta Platforms)와 진행하던 칩 공급협상의 가치가 이 과정에서 1억7000만달러 줄었다는 게 퀄컴 측 주장이다. Arm은 메타가 가상현실(VR)에서 인공지능(AI) 안경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결과라며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금액만 보면 더 큰 쟁점도 있다.
퀄컴은 Arm의 계약 위반이 인정될 경우 최대 5년 동안 로열티를 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로이터는 이 가치가 수십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퀄컴이 계약상 로열티 자체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실제 손해만 배상받을 수 있는지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가 더 주목할 부분은 차세대 기술의 가격이다.
퀄컴은 재판에서 Arm이 기존 Arm v9에서 차세대 v10 아키텍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로열티를 1800% 높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확정된 인상률이 아니라 퀄컴이 법정에서 제시한 주장이다.
Arm은 기존 계약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맞섰다. 과거 계약 당시보다 칩 성능과 코어 수가 크게 늘었는데 2013년에 설정된 칩당 로열티 상한을 288코어급 데이터센터 칩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리다.
결국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과거 계약을 둘러싼 손해배상에만 있지 않다. 기술 세대가 바뀔 때 Arm이 새로운 아키텍처의 사용료와 접근조건을 어느 수준까지 다시 정할 수 있느냐가 함께 걸려 있다.
Arm의 사업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 문제의 무게를 키운다.
Arm은 그동안 반도체 회사에 CPU 아키텍처와 설계 IP를 제공하고 라이선스료와 칩 출하량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사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자체 설계 실리콘 제품인 'Arm AGI CPU'를 공개했고 올해 말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 공급자에서 직접 실리콘 제품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Arm과 기존 고객 사이의 이해관계가 이전보다 복잡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라이선스 가격과 차세대 기술 접근조건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고객사의 제품 경쟁력과 출시 시점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접 연결된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엑시노스 2600은 Arm v9.3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rm C1-Ultra와 C1-Pro 코어, Arm 컴퓨트 서브시스템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Arm IP를 이용하는 국내 시스템반도체·팹리스에도 차세대 아키텍처의 가격과 제공조건은 설계원가와 제품개발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Arm 역시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Arm의 2026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퀄컴,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텍 등에 설계자산을 공급한다. Arm 기반 칩이 올해 3월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3500억개 이상 출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이선스 정책 변화의 범위도 넓다.
한국 공정거래당국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로이터는 지난해 퀄컴의 문제 제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Arm의 라이선스 관행과 관련해 서울 사무소를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올해 Arm이 CPU 설계기술 접근을 제한하거나 라이선스 조건을 변경해 경쟁을 저해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양국 규제당국의 조사는 이번 델라웨어 재판과 별개의 절차다.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나 국내 팹리스의 계약조건을 직접 바꾸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Arm과 맺은 계약 유형과 기간, 로열티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퀄컴과 Arm의 충돌은 국내 반도체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반도체 경쟁이 미세공정과 설계성능을 넘어 핵심 아키텍처에 얼마를 지불하고 어떤 조건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느냐의 문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퀄컴이 주장한 '1800%'의 사실 여부보다 중요한 것도 이 지점이다. Arm이 차세대 IP의 가격과 접근조건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가 법정과 규제당국의 검증대에 올랐다. 최신 Arm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국내 팹리스가 이번 분쟁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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