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주택 빈자리 데이터센터로 채운다…열흘 새 두 번째 수주
군산 60MW 이어 인천 50MW 확보
두 사업 총사업규모 단순 합산 1.74조
상반기 건축·주택 매출 39.6% 감소…첨단 산업건축으로 보완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 2026-10-07 12:52:13
현대엔지니어링이 주택사업의 외형 감소를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건축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지난달 군산에 이어 인천 데이터센터까지 잇따라 수주하면서 올해 3월 내놓은 사업 다변화 전략이 실제 일감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7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회사는 인천 원창동에 50M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이도테라원이 설립한 청라 IDC PFV가 발주한 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11층 규모다. 오는 11월 착공해 2029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총 사업규모는 약 8700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과 토목, 설비, 조경, 통신 공사를 맡는다.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기계·전기·배관(MEP)은 kt cloud와 공동 시공한다. 다만 8700억원은 전체 사업규모로 현대엔지니어링의 단독 계약금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수주는 지난달 28일 군산 SGC AI 데이터센터를 따낸 지 열흘도 안 돼 나온 두 번째 성과다.
군산 사업은 전북 군산 비응도동에 60MW급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규모 역시 약 8700억원으로 이달 착공을 목표로 한다. 두 사업의 총사업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1조7400억원에 이른다. 다만 공동 시공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 금액 전체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액으로 봐서는 안 된다.
속도는 빠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3월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건축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군산 사업을 확보했고 다시 열흘 만에 인천 사업까지 수주했다. 경북 구미 데이터센터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 배경에는 기존 사업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5조20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 감소했다. 특히 건축·주택 부문 매출은 2조1844억원으로 39.6% 줄었다. 2분기에는 신규 주택 수주도 없었다. 반면 플랜트·인프라 매출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았고 데이터센터와 배터리공장 등 산업건축을 새로운 수주처로 넓히고 있다.
외형이 줄어드는 동안 수익성은 개선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1274억원으로 전년보다 15.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3.2%에서 4.8%로 높아졌다. 상반기 말 건설계약 수주잔고도 28조14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늘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선별 수주하면서 새 일감을 확보하는 전략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에 보유한 산업시설 시공 경험을 활용하기도 쉽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대규모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 구축 능력이 중요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완성차·배터리 공장과 플랜트에서 축적한 전력·기계설비 역량을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있다. 군산 사업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루빈(Vera Rubin)' 도입이 예정돼 고밀도 전력과 냉각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회사는 사업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단순 시공에 머물지 않고 운영·유지보수와 투자 참여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등 자체 에너지 사업과 연결한 전력조달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첨단 산업건축과 에너지 사업을 연결하는 핵심 분야로 명시했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당장 주택사업의 빈자리를 모두 대체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인천 사업은 2029년 하반기까지 진행되고 구미 사업도 아직 본계약 전이다. 데이터센터 운영과 투자사업 역시 확대 계획 단계다.
그럼에도 군산과 인천의 연속 수주는 의미가 있다. 주택 외형이 빠진 자리를 선언에 그쳤던 신사업이 아니라 실제 계약이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재편은 이제 계획보다 수주가 말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주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주택 의존도를 낮추면서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 에너지를 새로운 축으로 붙이는 전략이다. 군산에 이어 인천까지 확보하면서 그 변화가 수주잔고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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