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고 총력 지원하는 경쟁국...한국은 정치에 '규제 발목 '잡혀

경쟁국은 첨단산업 기업에 재원·인프라 지원, 규제도 대폭 완화
한국은 정부 지원 규모 적고 규제 완화 폭·속도도 크게 뒤쳐져
정부·기업 노력만으론 한계...국회 규제개혁법안 조기 처리해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10-13 12:28:28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개혁과 총력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첨단산업 기술 경쟁력 우위가 흔들리고, 나아가 경제 활력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규제개혁법안들이 대거 국회에 계류돼 한발작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재계가 최근 이번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국 7곳의 첨단산업 특화단지 기반시설 조성 사업도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1%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규제 개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규제 혁파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재계가 정치적 논리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규제혁신법안 통과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경쟁국에 비해 한국의 첨단산업 기업 지원과 규제 개혁 속도가 뒤쳐져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사진=연합뉴스>.


■ 한시가 급한데 규제 속도는 여전히 더뎌

대한상의가 최근 ‘경제계가 바라는 킬러규제 혁신 입법 과제’ 건의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 건의서에는 신산업·노동 등 5개 분야 97건이 담겼다.,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들 규제혁신법안들을 이번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는 절박함을 찾기가 어렵다. 양향자 의원(한국의희망)은 국감 자료에서 용인·평택 등 전국 7개 지역에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건설하는 데 14조 원대의 국비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국비 지원 계획은 5천4백억 원대로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첨단산업 특화단지에 향후 5년간 총 5432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경쟁국 기업들은 훨훨 나는 데 우리 기업은 특화단지 조성 비용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양 의원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다.

■ 주요국은 반도체 육성에 총력 지원 나서

한국과 달리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일찌감치 미래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어 대비를 이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협의’ 이후 몰락한 반도체 강국 부흥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묶어왔던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반도체 기업에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금우대 정책을 시행해온 것은 물론, 부동산 규제까지 과감하게 완화한 것이다. 일본에 투자하기로 한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이 일본 내 공장 부지 확보에 난관에 부딪치자 이 같은 지원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대만도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 시설 전체를 기업에 제공한다. 삼성이 미국 오스틴에 설립한 반도체 공장도 전력과 용·폐수 등 인프라를 오스틴시가 맡고 삼성은 사용료만 낼 뿐이다.

이처럼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들은 첨단산업 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다시피 하는 데 반해 우리는 지원 폭이나 속도면에서 크게 뒤쳐진다.

 

▲일본은 반도체 강국 중흥을 위해 부동산 규제까지 대폭 완화하는 등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이 들어서는  일본 구마모토현 기구치정 인근 농업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 규제 혁파 성공하려면 국회가 제 역할 해야

정부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8월 우선 추진할 킬러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기업 현장 규제 개선책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위법령의 제·개정에 불과하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규제 개혁은 정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규제 개혁 관련 법 제·개정을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산적한 악재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 부진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규제가 기업의 투자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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