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세계를 뒤흔든 파월의 놀라운 파워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9-05 12:27:53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매파적 움직임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푸틴도, 시진핑도, 바이든도 아니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작금의 세계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람은 단연 제롬 파월인 듯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제롬 파월 의장이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파월의 전성시대다. 적어도 경제분야 만큼은 파월의 파워가 세계를 주무르는 초강대국들의 수장을 압도한다.


파월은 2018년부터 5년째 미 Fed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Fed이사회는 12개 미 연방준비은행의 관리총괄기관이다. 주된 미션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여신금리, 즉 재할인율과 지급준비율의 결정이다. 특히 모든 미국 은행금리의 근간이 되는 기준금리를 정함으로써 초긴축과 양적완화의 선택이 Fed이사회에서 좌지우지된다.


Fed의장은 7명의 이사진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미 대통령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의장에 임명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 결정 등 모든 통화정책은 의장의 고유 권한이다. 파월은 미국의 '통화 대통령'이다. 철저히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소위 '언터쳐블'이다. 실제 바이든이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원해도 파월이 이를 무시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파월은 사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트럼프라인'이다. 올 1월 4년 임기가 끝나는 파월을 바이든 대통령이 고심끝에 재선임한 것이다. 파월 입장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에서 동시에 신임을 얻은 셈이지만, 굳이 말하면 파월은 보수(공화당)색이 좀 더 강하다. 공교롭게도 Fed이사진 7명 중 상당수는 보수성향을 띠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초긴축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설이다.


파월의 놀라운 파워는 최근 열린 잭슨홀미팅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이번 잭슨홀미팅은 미 통화정책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본회를 코앞에 두고 열린 탓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향후 미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파월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파월은 이 자리에서 단 8분짜리 발언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경제를 들쑤셔놓았다,


파월이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폭을 다소 완화하는 발언을 할 것이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고작 8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월의 8분 발언의 골자는 당분간 초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자이언트스텝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임을 내비춘 것이다. 이후 세계 증시는 폭락했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가속화했다. 유로화를 필두로 엔, 위안, 원 등 모든 통화가치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특히 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파월의 발언은 강달러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함으로써 경기침체와 환율상승 등 불안감을 증폭,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킨 셈이다. 파월의 파워로 인한 증시의 타격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파월의 잭슨홀 연설 뒤 1주일 새 세계주식 시가총액이 무려 약 5조달러, 한화로 약 6813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달 2일 기준 세계 주식 시가총액이 지난달 25일보다 4조9천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미국 주식이 3조 달러 감소했고 유럽 주식이 5천억 달러 쪼그라둘었다. 파월 의장의 불과 8분짜리 연설에 앞으로도 긴축을 지속한다는 강력한 의사를 응축시켰고 이것이 시장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평가했다.


"지금은 (금리인상)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는 파월의 이 짧은 발언이 시총 7천조원을 앗아가는 위력을 보인 것은 역설적으로 미 달러화의 독점적(?) 폐해를 다시한번 보여준 것이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세계 기축통화를 놓고 경쟁과 대립을 반복하던 달러 대 유로, 달러 대 위안화의 '머니 게임'은 달러의 압승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이번 파월 발언 여파로 다시한번 입증된 모양새다.


독점은 대개 독점적 횡포와 폐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유로, 위안, 엔 등의 나름대로 균형을 보였던 세계 통화시장은 달러의 독주로 크게 기울어졌다. 미 기준금리의 방향에 따라 전세계 금융 및 통화시장과 자본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앞으로도 자주 반복될 개연성이 높아진 이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미 달러의 독주를 견제할 그 어떤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 때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호사가들이 호들갑 떨던 비트코인도 결국 미국의 초긴축과 강달러 바람 앞에서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중이다.


미 달러의 독주와 이로 인한 초강달러화 현상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강력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타깝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오로지 방법은 치밀한 준비를 통해 고환율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길 뿐이다. 낙관은 금물이다. 자칫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향후 회복하기 어려운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 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1400원대 환율시대의 도래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을 하나 하나 미리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