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력품목 총체적 부진에 낙폭 커진 수출...선박만 '나홀로 급증'

반도체·철강·석유제품·무선통신 등 줄줄이 부진...10월 수출 20% 이상 급감 탓 누적 무역적자 300억 달러 돌파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10-11 12:24:24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그러나 10월들어 수출감소폭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반도체가 우리 경제, 특히 수출의 '버팀목'이란 말은 당분간 잊는 게 좋을 것 같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지난 상반기까지 견고한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반도체 수출이 최근 급감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하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재고가 쌓이고 수출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반도체가 맥을 못추자 대한민국 수출 전선이 와르르 무너질 위기에 빠졌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 및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는한 당분간 수출의 반전을 기대하긴 매우 어려운 형국이다.


반도체를 필두로 석유제품, 철강, 무선통신기기 등 대한민국을 무역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주력 수출품목들이 줄줄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면서 10월들어 수출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제 2의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기대될 정도로 최근 업황이 좋은 선박류가 나홀로 수출 급증세를 보이며 대한민국 수출의 새로운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규모면에서 대세를 바꿀만한 임팩트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10일까지 잠정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7억9700만달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2%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0.5일 적었으나 일 평균 수출액으로도 12.2%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가 가속화하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도 가볍게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10월 전체 수출액도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 부진에 빠진 수출이 점차 우리 경제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이 이처럼 낙폭을 키우고 있는 주원인은 반도체 수출 부진과 대 중국 수출의 감소세 탓이다. 특히 경제성장이 답보상태에 빠져며 경기침체 현상이 두드러진 대 중국 수출이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어들며 우리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꼴이됐다. 대 중국 수출은 전체의 25%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주요 수출국별 수출 추이를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23.4% 줄었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미국(-21.4%), 베트남(-11.9%), 일본(-35.5%), 대만(-37.6%) 등 주요 수출국도 줄줄이 급감세를 나타냈다. 유럽연합만이 11.1% 증가했다.


품목별 동향을 보면 주력 버팀목인 반도체가 1년 전보다 20.6%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든 반도체는 10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유제품(-21.3%), 철강제품(-36.1%), 무선통신기기(-21.0%), 자동차부품(-14.1%) 등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며 전체 수출의 급감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 반면 선박(76.4%)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위기의 수출에 한가닥 희망으로 떠올랐다.


전반적인 수출 감소세속에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며 무역적자 폭을 키우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수입은 감소세로 돌아서 무역적자폭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입액은 156억2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3%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 평균 수입액도 2.4% 감소했다. 그러나 수입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며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일조해왔다.


품목별로는 원유(7.6%), 무선통신기기(39.1%), 반도체 제조장비(19.8%), 석탄(10.4%) 등의 수입액이 늘어는 반면 가스(-16.1%), 석유제품(-14.3%), 기계류(-9.5%) 등이 줄었다.


특히 원유(26억3천200만달러), 가스(10억2천100만달러), 석탄(4억8천700만달러) 등 3대 에너지원의 합계 수입액은 41억4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41억500만달러)보다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1∼10일 통계 기준으로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 미만을 기록한 것도 지난 2월(-2.6%) 이후 처음이다.


국가별 수입 현황을 보면 중국(3.9%), 사우디아라비아(45.0%)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났고 미국(-17.3%), EU(-9.8%), 일본(-16.0%) 등은 줄었다.


소폭의 수입 감소에도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에 이 기간 무역수지는 38억2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억3천4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로 인해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달러에 달하며 300억달러 벽을 돌파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천400만달러)보다 120억9천만달러 더 많은 규모다. 현재로서는 마지막 무역적자를 기록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6천700만달러)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올들어 무역수지는 4월(-24억8천200만달러), 5월(-15억9천300만달러), 6월(-25억100만달러), 7월(-50억7천700만달러), 8월(-94억8천700만달러), 9월(-37억6천800만달러)에 적자를 기록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10월 무역적자가 유력해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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