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가스공사에 자본잠식 석유공사 통합…부채·주주 해법은 양사도 아직

가스공사 부채비율 345%·석유공사 순자산 -2.53조
양사 사장 “구체 통합안 아직 못 받아”
부채 승계·민간주주 보호·해외 금융계약이 통합 변수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10-19 13:16:17

▲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하기로 했지만 부채 승계와 주주 보호, 해외 금융계약 처리방식을 담은 구체안은 아직 양 기관에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345%인 상장사 가스공사와 순자산이 마이너스 2조5300억원인 석유공사를 하나로 묶는 만큼 조직 통합보다 재무구조 설계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홍의락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19일 대구 가스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와의 통합과 관련해 현재는 통합 방침이 발표된 단계이며 구체적인 통합 방식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특히 기존 주주의 이익 보호와 해외법인의 금융 문제를 통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석유공사의 부채 문제와 알뜰주유소 기능 이전 등 세부 사안은 향후 로드맵이 마련된 뒤 산업통상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9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해 에너지 안보 체계를 강화하고 국가 에너지 수급을 효율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통합법인의 자본구조와 석유공사 부채 처리, 가스공사 기존 주주 보호 방식 등 재무·지배구조에 관한 세부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기관의 재무상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스공사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는 40조5898억원, 자본은 11조7562억원이다.

부채비율은 40조5898억원을 11조7562억원으로 나눈 345.3%다. 지난해 말 397%에서 약 52%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8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0% 증가했다.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도 지난해 말 13조8649억원에서 6월 말 13조5390억원으로 3259억원 감소했다.

총 미수금은 여전히 14조원대지만 최근 재무지표의 방향은 개선 쪽이다.

석유공사의 상황은 다르다.

석유공사의 2025년 말 자산은 19조4400억원, 부채는 21조9700억원이다.

부채가 자산보다 2조5300억원 많다. 자산 19조4400억원에서 부채 21조9700억원을 빼면 순자산은 마이너스 2조5300억원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통합에서는 조직을 합치는 것보다 석유공사의 마이너스 순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별도의 정부 출자나 자산·부채 조정 없이 두 기관을 단순 결합한다면 석유공사의 마이너스 순자산은 통합법인의 재무부담 요인이 된다.

다만 실제 통합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석유공사 일부 부채나 사업을 별도로 처리하거나 통합 전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현재 단계에서 석유공사 부채 21조9700억원이 모두 가스공사로 넘어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스공사가 상장사라는 점도 일반적인 공공기관 통합과 다른 변수다.

가스공사에는 정부와 한국전력,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민간주주도 존재한다. 석유공사의 자산과 부채를 어떤 가격과 방식으로 넘겨받느냐에 따라 기존 가스공사 주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홍 사장이 국감에서 ‘주주 이익 보호’를 직접 언급한 이유다.

통합 방식에 따라 주식교환이나 현물출자, 정부 추가출자 등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어떤 방식을 검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해외사업의 금융계약도 변수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개발 법인과 사업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법인의 지배구조나 보증 주체가 바뀌면 일부 대출이나 투자계약에서 채권자 동의, 보증 변경 또는 계약 재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

홍 사장이 해외법인의 금융 문제를 별도로 거론한 만큼 향후 통합안에서는 각 해외법인의 차입과 보증 가운데 통합으로 영향을 받는 계약을 선별하는 작업도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통합 효과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나뉜 해외 자원개발·도입 기능의 일원화다.

해외 네트워크와 구매 기능을 통합하면 협상력을 높이고 중복 조직을 줄일 여지가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석유와 가스를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 시너지와 재무통합은 별개의 문제다.

가스공사는 아직 14조원대 미수금을 안고 있고 부채비율도 300%를 웃돈다. 여기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를 어떤 구조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통합 이후 재무개선 속도와 신용도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정부가 통합 방침을 발표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이날 양 기관장의 답변을 기준으로 보면 부채 승계와 주주 보호, 해외 금융계약 처리방식을 담은 구체안은 아직 양사에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통합 논의에서 확인해야 할 숫자도 명확하다.

석유공사의 부채 가운데 통합법인이 실제로 승계할 금액, 가스공사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조정 규모, 해외법인 차입 가운데 지배구조 변경 영향을 받는 금액이다.

정부가 가스와 석유 기능을 하나로 묶겠다는 방향은 정했다.

이제 통합의 성패는 ‘두 기관을 합칠 것인가’보다 자본잠식과 부채, 상장사 주주, 해외 금융계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떤 재무구조로 합칠 것인가’에 달렸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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