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극적 타결...가까스로 위기 넘긴 곡물파동

튀르키예 중재에 러-우크라 협정 만료 하루전 연장 합의
들썩이던 곡물가격 진정...전쟁 악화 시 사태 악화 가능성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3-05-18 12:22:51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주 이즈마일에서 지난달 26일 한 주민이 보트에 국기를 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년 넘게 전쟁 중임에도 세계 곡물파동을 고려, 흑해를 통한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곡물협정'이 만료 전날인 1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재연장됐다.


곡물협정의 만료로 인해 국제 곡물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면서 들썩이던 주요 곡물가격은 즉각 안정세로 돌아섰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날 협정 연장 기간은 다시 60일, 즉 두달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반격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에서 곡물협정의 짧은 연장에 곡물 시장의 불안한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흑해곡물협정이 두 달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 속에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가 주장하던 협정만료일(7월18일) 하루 전에 극적 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18일(현지시간)까지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아 러시아산 곡물의 반출이 가능해졌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식량가격의 폭등을 막기 위해 튀르키예와 UN의 중재 하에 작년 7월 체결된 것이다. 전쟁과 상관없이 세계 식량파동을 막기위해 양국의 곡물과 비료 등을 흑해로 안전하게 수출한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를 열흘여 앞둔 시점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흥분을 감추기 못했다. 그는 이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들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의 노력, 러시아 친구들의 지원,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헌신 덕분에 협정의 2개월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며 이 결정이 모든 당사자에게 혜택이 되는 것을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협정의 만료를 통보, 완강한 자세로 일관했던 러시아가 협정 연장에 동의하게된 전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튀르키예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려가 일정 형태로 수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치적 관점에서 협정 연장으로 인해 유럽연합(EU)이 주요 수혜자"라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흑해곡물협정은 원래 초기엔 4개월을 설정했으나 작년 11월과 올 3월에 60일씩 연장, 18일이 만기 예정일이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이미 협정 만료 2주 전부터 신규 통과 허가를 내주지 않아 국제 곡물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러시아는 이달 4일 우크라이나, UN, 터키와 함께 흑해수출 계약을 이행하는 공동조성센터(JCC)에 "폐쇄 예정인 5월18일까지 통과가 완료되지 않는 한 흑해 거래에 참여할 새 선박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었다.

 

▲곡물수출 선박들이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러시아는 식량과 비료가 서방의 수출 제재 대상이 아님에도 물류, 보험 등에 대한 제재가 곡물 수출에 제한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는 "흑해 곡물협정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인 평가는 변하지 않았으며 그 이행의 왜곡은 가능한 빨리 수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흑해곡물협정이 위기를 넘기고 재연장되면서, 국제 곡물시세는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했다. 17일(현지시간) 협정 타결 이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밀 1부셸은 전날보다 3.68% 하락한 623.64달러에 거래됐다. 옥수수 1부셸도 3.48% 내린 561.03 달러로 거래됐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협정이) 계속되는 것은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신경전을 이어가, 이번 협정 만료 후에 재연장이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전략 요충지로 부상한 바흐무트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데다가 영국의 중거리 미사일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7월 흑해곡물협정의 재연장이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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