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반도체 '흐림', 스마트폰 '맑음'...오락가락 삼성의 기상도
반도체 성장률 둔화와 가격하락에 침체기 우려...갤폴드4와 갤플립4 폴더블폰 듀오는 돌풍 예고
조은미
amy1122@sateconomy.co.kr | 2022-08-24 12:09:00
삼성전자의 남다른 경쟁력을 얘기할 때 자주 따라붙는 단어는 '포트폴리오'다. 삼성 특유의 다양한 캐시카우를 보유한 사업구조를 주식투자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에 빚댄 말이다.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통신 등 크게 4개 분야에 탄탄한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전략적인 분산투자를 통해 캐시카우를 늘려온 결과다. 글로벌 기업을 통틀어도 삼성만큼 다양한 사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찾기 힘들다.
삼성의 이같은 포트폴리오식 투자를 통한 독특한 사업구조는 위기떄마다 그 빛을 냈다. 가령 반도체가 부진하면 통신이 만회하고, 통신이 어려울땐 가전에 힘을 보태는 식이다.
커다란 의미에서 삼성의 주요 사업들은 IT범주에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부품과 세트(완제품)로 각각 나뉘어진 탓일까, 사업별로 약간의 수요공급 사이클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는 결국 전체적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로 작용한다.
삼성의 이같은 포트폴리오식 사업구조는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총체적인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데 적지않은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다.
삼성이 지금 위기다. 매 분기별 우량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삼성이 앞으로 위기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 역시 삼성이 자랑하는 포트폴리오식 사업구조에 힘입어 위기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삼성의 핵심 사업들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기상도는 어떤 것은 맑고 어떤 것은 흐리다. 그야말로 오락가락 날씨와 같다.
매출과 이익 등을 기준으로 삼성의 1, 2위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그렇다. 우선 반도체의 향후 기상도가 매우 흐린 반면, 스마트폰은 비교적 맑아 보인다.
코로나 대란과 글로벌 복합위기를 잘 견뎌내며 삼성의 양호한 실적을 책임져왔던 반도체는 3분기들어 내림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인플레 현상에 기인한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탓이다.
수요는 부진한데 재고는 늘어나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요공급의 원칙상 불가항력의 결과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이 전달 대비 무려 14.0% 떨어졌다. 메모리카드·USB에 탑재되는 범용 낸드 플래시메모리도 전월대비 3.8% 하락했다.
삼성의 실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에 당장 3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어닝쇼크 수준은 아니더라도 2분기 대비 유의미한 하락 반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물가상승-초긴축-금리인상-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반도체 수요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 반도체가 긴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23일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낮췄다. 작년 성장률(26.2%)의 절반 수준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WSTS는 내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더욱 정체돼 고작 4.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WSTS는 삼성이 장악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낙폭이 가장 커서 단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의 제자리걸음이다. 작년 30.9%의 고성장을 거둔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침체국면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한가지 변수는 세계 최초로 3나노 시대를 연 파운더리 부문이다. 삼성은 현재 3나노의 본격 양산 이후 수율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파운더리 부문은 반도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반도체 부문과 달리 스마트폰 사업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계 1위를 굳히고 있는 삼성은 최근 내놓은 폴더블폰 신제품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삼성으로선 폴더블폰이 반도체의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를 투입한 셈이다.
삼성에 따르면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의 사전 판매량이 100만 대에 육박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22일, 7일간 진행된 사전 판매에서 약 97만대가 예약된 것이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사전판매량(92만대)을 웃도는 폴더블폰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이다.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선언한 삼성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삼성 측은 이번 폴더블폰 신작 듀오의 목표 판매량을 1천만대로 잡고 있다. 그만큼 제품 디자인부터 스팩에 이르기까지 대중성이 초점을 맞췄다.
2025년까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삼성으로선 이번 폴드4와 플립4 듀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이 기대에 충족하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글로벌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 스마트폰 시장 역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럼에도 폴더블폰 만큼은 고성장세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이번 신제품의 초반 선전으로 전망이 매우 밝은편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삼성의 폴더블폰 신제품 듀오가 중국업체들의 맹추격 속에서 최고 자리를 굳히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또 반도체의 부진을 만회할 확실한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플립4와 폴드4의 본격 시판 이후 흥행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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