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초반까지 내려온 물가...한은, 긴축완화 앞당기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3%...19개월만에 최저 수준
정부목표 '2%대' 진입 코앞...물가 1년여 고공행진 종식
근원물가도 상승세 둔화...한은 내달 금리인하 가능성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3-06-02 11:51:05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일까, 아니면 본격적인 안정국면으로의 진입한 것일까.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3%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지난 4월 14개월만에 3%대(3.7%)에 들어선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까지 도달했다.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정책 목표 중 하나인 물가상승률을 2%대로 끌어내리는 것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단순 지표만 놓고 보면 작년 2분기 글로벌 복합위기 발발 이후 불거진 사상 초유의 고물의 시대의 그늘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 2%대 진입 눈앞...2월 이후 4개월만에 1.9%p 하락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작년 4월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사상 초유의 고물가시대가 저물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3.7%로 내려앉으며 1년 2개월만에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또다시 0.4%포인트 떨어지며 지난 2021년 10월(3.2%) 이후로 1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몰가 폭등세가 본격화된 작년 5월(5.4%)과 비교하면 무려 2.1%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올들어 2월부터 상승폭 둔화 현상이 두드러진 이후 4개월만에 1.9%p 낮아졌다. 이 기간 월평균 상승폭 둔화율이 0.5%에 육박한다.
1년전 같은 기간과 비교, 산정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등으로 눈에띄게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당장 6월에 2%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 2%대의 물가상승률은 1년 넘게 '물가와의 전쟁'을 펼친 추경호경제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다.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는 근본 이유는 석유류 가격의 하락세 덕분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 공급망이 호전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져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양상이다.
실제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8.0% 내렸다. 이는 2020년 5월(-18.7%) 이후 3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경유가 24.0% 내린 것을 필두로 휘발유(16.5%)0, 자동차용 LPG(13.1%)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의 하락했다.
■ 석유류 하락·기저효과 덕분...연료·외식비는 강세 지속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0.99%p로 4월(-0.90%포인트)보다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1%p 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고물기 시대를 열어 제친 주범도 석유류이고, 이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있는 것도 석유류인 셈이다.
농축수산물도 작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0.03%포인트 낮추는 요인이 됐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두 개 만으로 물가상승률을 1%p 이상 낮춘 것이다.
작년 상반기 물가가 워낙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적지않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는 1년 전의 가격과 비교하는데, 작년 5월은 물가상승률이 5%대에 진입하며 물가 고공비행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저효과가 많이 작용하면서 소비자물가 총지수 상승률이 5%대에서 3%대로 내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물가시대가 저물고 있으나, 서민들의 체감온도와 직결되는 물가는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무엇보다 공공요금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대부분의 공공요금이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돌았다.
전기·가스·수도 등 3대 연료비가 23.2% 올랐다. 2분기에 kWh당 8원 오른 전기요금이 25.7% 상승한 것을 비롯해 도시가스는 25.9%, 지역 난방비는 30.9% 각각 올랐다. 4월(23.7%) 상승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20%대를 크게 웃도는 강세다.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외식 가격은 6.9% 상승하면서 물가상승률을 0.90%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하락이 물가상승폭 둔화에 기여한 몫을 외식물가가 상쇄한 셈이다.
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월세와 전세 등 집세도 작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다만 최근의 전반적인 전셋값 하락세와 맞물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다.
■ 근원물가도 상승폭 둔화...한은, 금리인하 명분 커져
5월소비자물가동향에서 또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근원물가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2월 이후 전체 물가상승률 둔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나, 근원물가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는 농산물이나 석유류와 같이 단기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시킨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실질적인 체감물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5월 근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의 둔화 속도보다는 더디지만,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년대비 4.3% 상승하며 지난 4월(4.6%)에 비해 상승폭이 0.3%p 줄었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 역시 4월 4.0%에서 5월 3.9%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김보경 심의관은 "그간 근원물가가 많이 하락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5월에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소폭이나마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많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인 2%대에 턱밑까지 도달하고, 근원물가 마저 눈에띄게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통화당국의 긴축완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3.50%까지 올려놓은 통화당국의 긴축기조의 명분이 크게 사라진 탓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소비와 생산이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어서 긴축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상황과 향후 물가흐름을 점검했다. 김 부총재보는 “5월 물가가 예상대로 기저효과로 인해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며 “근원물가 역시 소폭 낮아 지며 더딘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가상승폭 둔화가 뚜렷하다고 한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과연 긴축완화와 나설 지 주목된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다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는 7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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