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몸집 키우고 '토종OTT' 1위 굳힌 티빙, 넷플릭스 아성 넘나
MAU 430만돌파, 웨이브와 격차 벌려...'시즌' 합병 승인 탄력, 독보적 1위 넷플릭스에 도전장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11-07 11:48:31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말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시장 토종 1위기업인 티빙(Tving)과 또다른 OTT업체 시즌(Seezn)에 대한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기업결합심사 결과, 티빙이 시즌을 인수해도 OTT시장 독보적 1위인 미국 넷플릭스 점유율의 절반도 채 안돼 독과점 우려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티빙과 시즌은 각각 국내 케이블TC시장의 쌍두마차인 CJ와 KT 계열의 OTT플랫폼업체다. 최근 OTT시장에서 토종기업 1위에 오른 티빙이 KT의 사업구조조정으로 인해 매물로 나온 시즌을 전격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것이다.
두 대기업 계열사의 합병이 공정위 독과점 심사를 가볍게 통과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그만큼 시장지배사업자인 넷플릭스의 아성이 탄탄하기에 후발기업의 합병이 문제될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난공불락으로 간주되던 넷플릭스의 시장지배력이 최근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특수로 파죽지세로 인기몰이 나서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한국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도 어마어마하다. 지난달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공개한 넷플릭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최근 3년간 국내 매출액은 1조2330억원이다. 연평균 4100억원대이다.
'시즌' 등에 업고 덩치 더 키운 티빙
넷플릭스코리아는 이중 무려 9591억원을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보내는데, 바로 이점이 논란을 빚고 있다. 넷플릭스가 법인세를 줄이기위해 지급수수료를 과다하게 책정, 이익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난 3년간 1조2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로 낸 것은 약 59억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넷플릭스가 OTT 열풍을 타고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한국 콘텐츠로 인해 넷플릭스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신규회원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 3분기 신규회원중 아태지역에서 143만명이 늘어난 반면 북미는 10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시장에서 만큼 넷프릭스의 독주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즌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티빙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즌 인수 외에도 티빙은 최근 잇달아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빅히트에 성공하며, OTT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티빙이 출시한 '유미의 세포' '환승연애 시리즈' '임영웅 콘서트' 등이 연이어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넷플릭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용료에 한국산 콘텐츠 경쟁력으로 무장한 티빙은 어느새 독보적 1위였던 넷플릭스를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서서히 도약하고 있다.
티빙의 유의미한 상승세는 최근 트래픽 추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6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공개한 10월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30만6973명이다.
'웨이브와 격차 벌리고 넷플릭스와는 거리 좁혀
시즌의 10월 MAU가 124만7831명인 점을 고려하면 양사의 단순 합산 MAU는 550만 명이 넘어 국내 OTT 중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된다. 2위 웨이브(416만2206명)와의 격차는 14만여명대로 벌어졌다. 웨이브(wavve)는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와 이동통신업계 1위 SKT가 함께 서비스하는 OTT플랫폼이다.
웨이브는 그간 국산 OTT플랫폼 1위를 질주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전체 2위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티빙에 역전을 허용한 이후 두 달 연속 2위에 그친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 격차는 9월 4만9467명에서 10월 14만4767명으로 더 벌어졌다.
티빙으로선 국내 OTT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 시즌까지 인수하는데 성공하며 단순히 2위 '수성'에 머물지 않고 1위 '공성'에 나설 강한 탄력을 받은 것이다.
티빙이 만약 시즌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만 있다면 넷플릭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티빙과 시즌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넷플릭스 점유율의 절반도 안된다. 하지만, 토종 플랫폼으로서 진입장벽이 낮은 티빙이 지금과 같이 오리지널 빅히트 콘텐츠를 계속 쏟아낸다면 상황은 급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넷플릭스 스스로가 안팍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것도 향후 국내 OTT플랫폼 경쟁구도엔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OTT시장의 킬러 장르로 떠오르고 있는 오리지널 예능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에따라 예능계의 흥행 보증수표라는부 유재석의 신규 예능 등 대형 예능을 잇따라 준비하며,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넷플릭스 또 티빙, 웨이브 등 국내외 OTT플랫폼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OTT란 공식이 성립됐던 것도 옛날 얘기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 AT&T의 'HBO맥스', 애플의 '애플TV플러스' 등 기라성같은 글로벌 기업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넷플릭스로선 매우 부담스로운 일이다.
양질의 콘텐츠 양산 여부에 향후 승패 갈릴듯
인앱결제, 카톡대란 등의 사태로 빅테크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않아 정부와 정치권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선두 넷플릭스를 압박하고 있다. 규제가 늘어날 수록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시장 지배사업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론도 대체로 넷플릭스보다는 티빙 편이다. K콘텐츠의 흥행을 등에 업고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가 급상승했으나, 한국에서의 책임은 오히려 무시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시장 MAU는 최근 하락 추세에 있다. 지난달 기준 MAU가 1136만6597명으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강한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확실히다. 넷플릭스는 이에 따라 최근 광고가 포함된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는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위기의식이 반영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기존 레거시 방송시장이 그렇듯 OTT 시장의 경쟁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실질적인 시장표준, 즉 '디펙토 스텐다드'로 간주되는 메신저나 검색 등의 시장과는 좀 다르다. 시장 지배사업자가 점유율을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선두 수성과 티빙-시즌 연합의 추격은 향후 누가 얼마나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양산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티빙이 시즌을 합병한 여세를 몰아 OTT시장 독보적 1위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보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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