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현대車 美조지아 전기차공장 기공식...'K자동차' 54년 역사의 새 장
年30만대 케파의 최첨단 공장, 24년 상반기 양산 목표..."조기착공 기쁘다"면서도 IRA 언급조차 안한 바이든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10-26 11:47:23
현대자동차그룹이 25(현지시각)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장 신축에 착수한 것은 대한민국 자동차산업 54년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1967년 제1공장인 울산 공장을 설립하며, 한국자동차산업의 뿌리를 내린 현대차그룹이 54년만에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를 꿈꾸며 이 부문 최강국인 미국 본토에 대규모 전기차전문 공장 설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오래전에 전기차에 올인한다고 선언했다. 내연기관차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R&D와 생산시설을 전기차에 포커스를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조기 착공에 들어간 것은 현대차 내부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60만평의 대규모 부지에 최첨단 시설로 중무장
현대차그룹은 25일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사장, 호세 무뇨스 COO 등 핵심 경영진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라파엘 워녹·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 정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조지아공장 착공식이 가졌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내 약 360만평(1183만㎡)의 대규모 부지에 들어설 현대차의 전기차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생산시설로 가득 채워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공장명을 'HMGMA'(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라 명명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HMGMA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제어시스템을 필두로 친환경 저탄소 공법, 로봇생산시스템 등 미래형 제조 혁신 플랫폼이 대거 적용된다. 최첨단 시설로 중무장하는 셈이다. 로봇과의 협업으로 작업자의 업무 강도를 낮추거나 공정상의 문제를 원격으로 해결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환경을 구현한 인간 친화적 설비도 이 플랫폼의 일부다.
HMGMA의 1차 케파는 연간 약 30만대 규모다. 현재 세계 전기차시장규모가 연 300만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의 약 10%를 커버할만한 메머드급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장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팽창 속도와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맞춰 케파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HMGMA 건설에 나서 2025년 상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게 목표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미국내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 특혜를 주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가동 시점은 예정보다 단 하루라도 앞당긴다는 게 현대차측의 입장이다.
기존 공장과 유기적으로 연계, 시너지효과 기대
HMGMA에선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3개 브랜드의 전기차종이 모두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 앨라바마 공장 일부를 전기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모든 전기차는 HMGMA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를 위해 다양한 전기차종을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1호 생산 차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상징성이 있는 만큼 미국시장 인기 차종인 아이오닉5나 차세대 주력 신차인 아이오닉6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그룹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았다"며 "조지아주와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세제혜택 등 HMGMA의 성공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HMGMA가 현대차그룹의 통합 전기차 전용공장이지만, 기존 미국공장과도 유기적으로 연동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현재 앨라바마에 현대차공장을, 조지아주에 기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장과 HMGMA는 자동차로 4~5시간 걸릴 정도로 인접해있다. 향후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HMGMA를 단순 전기차조립 공장에 그치질 않고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배터리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유치해 완성차에서부터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제조·판매와 관련한 현지 조달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어 HMGMA를 주축으로 국내 전기차 공장 2곳을 묶어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323만대를 판매, 세계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중 미국 판매 목표는 84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를 세워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잇따라 신축해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 양산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거창한 청사진에도 'IRA우려'로 주가 부진 계속
사실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이번 HMGMA의 조기 착공은 미국 바이든대통령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나 진배 없다. 지난 5월 방한 당시 정의선 회장과 단독면담을 통해 조지아주 공장의 투자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바이든이 지난 8월 IRA에 서명한 것이 결국 HMGMA의 조기착공을 유도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현대차그룹의 HMGMA 착공식에 맞춰 바이든은 성명서를 통해 "HMGAM의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빨리 이뤄져 기쁘다”며 "이 공장은 지난 5월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표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바이든은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을 위해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약속은 브라이언 카운티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돕고 궁극적으로 미국 물가를 낮추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그러나, IRA의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이 졸지에 미국내 입지가 좁아지는 등 궁지에 몰려있음에도 이에 대해선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현재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업계 및 관련단체 등에서 IRA의 완화 내지는 예외 조항을 둘 것으로 강력히 요청하고 있으나 끔쩍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HMGMA 착공식을 갖고 2030년 전기차부문 글로벌 리더를 표방하는 청사진을 내놨음에도 주가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도 IRA와 관련이 깊다. 26일 오전 11시 37분 현재 현대차 주가는 전일대비 0.92% 하락하며 HMGMA 조기 착공에도 아랑곳없이 부진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 역시 0.9% 떨어진 6만5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HMGMA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시장이 수요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터라 HMGMA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그룹의 미래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HMGMA가 한국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이룰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도 "HMGMA의 조기 착공이란 현대차의 위기 속 전략적 선택이 장차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려놓을 수도 있지만, 자칫 다소 성급하고 무리한 투자로 인해 경영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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