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美 CPI 둔화에 금융시장 '화색'...고금리행진 브레이크 걸리나?
10월 미국 CPI, 9개월만에 최소폭인 7.7%↑...증시 반등 속에 기술주들 급등
달러 강세 위축까지 겹쳐 한미 양국 기준 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커져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2-11-11 11:47:24
미국발 예상 밖 물가오름세 둔화 소식에 한국 금융시장이 급반등하고 있다. 1400선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은 낙폭을 키웠고, 깊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증시엔 강한 훈풍이 불고 있다.
미 노동부가 11일(한국시간)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 폭 상승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보다 2~3%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9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우하향하던 미국의 CPI가 8%대를 지나 이제 7%대에 안착한 것이다.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이지만, CPI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공 비행을 계속해온 미국 CPI가 7%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상승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것 아니냐는 진단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와 전쟁을 계속해온 미 연준(Fed) 매파적 강경 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준, 다음FOMC회의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둔화됐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기록적인 상승장을 연출했다. 한국 증시 역시 오전 10시40분 현재 2% 중후반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기술주들의 반등이 눈에 띈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이번 발표에 증시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주로 기술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증시가 회복된다면 그동안 과도하게 하락한 기술주들의 상승폭이 더 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은 이날 7.35% 폭등하며,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3.70%)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5.54%)의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금리 동향에 민감한 기술주들의 오름세가 나스닥 지수의 반전을 견인한 셈이다. 아마존이 12.2%, 메타 플랫폼이 10.3% 폭등했고 애플(8.9%), 마이크로소프트(8.2%), 테슬라(7.4%) 등도 보기 드문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14.3%), AMD(14.3%), 램리서치(12.2%)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반도체주는 오름폭은 더 컸다.
기술주들의 대거 반등은 한국증시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11일 오전 11시 현재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20위권 내 전 종목이 상승 중인 가운데 반도체, IT플랫폼, 게임 등 기술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주 반등 속 카카오그룹주 모처럼 급등 눈길
'5만전자'의 오명에서 벗어난 삼성전자가 3.48% 오른 6만2500원에 거래중인 것을 필두로 SK하이닉스도 4.15% 오른 9만2800에 거래되며 10만원대 재진입의 희망을 이어갔다.
IT플랫폼 양대산맥인 네이버(8.81%), 카카오(11.81%) 등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카톡대란'에 후유증에서 벗어나며 상승반전 중인 카카오의 경우 두 자릿수대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카카오 외에도 카카오그룹주는 대반등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카카오뱅크(15.697%), 카카오페이(22.52%), 카카오게임즈(8.53%) 등 카카오그룹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 행진하고 있다.
기술주들이 몰려있는 코스닥에선 시총 50위권 내 전 종목이 상승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10월 CPI 결과는 고무적이었고, 당분간 대형 이벤트가 없는 만큼 증시에 안도 랠리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락 등이 맞물리며 국내 증시가 대형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주춤해진 물가오름세는 외환시장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 11일 오전 현재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400대가 무너지며 최근 하락세를 지속해온 환율은 이날 미국 CPI 완화 소식에 전날 대비 30원 안팎까지 급락한채 거래되며 134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조정 폭이다. 미국 CPI가 예상 치를 하회하며 둔화 조짐이 뚜렷해져 양국의 기준금리의 속도조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은 올해 각 1차례씩 기준금리 조정회의가 남아있다. 금통위는 이달 중 열리고, 미국 FOMC는 다음달 말로 예정돼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최대 이슈가 됐기에 다음 FOMC정례회의 결과가 벌써부터 이목을 끌고있다.
한은, 이달 금통위서 베이비스텝 선택 가능성 우세
국내외 전문가들은 11일 CPI의 둔화소식이 나오자마자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FOMC의 기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확신하는 눈치다. 이로 인해 미국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은 빅스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FOMC에 한 달 앞서 열리는 금통위는 미국의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FOMC의 강경기조가 누그러질 개연성이 높아진 만큼,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0.25%인상)을 단행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CPI 수치가 발표된 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종금리가 5%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전망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과 한국의 물가 지수의 흐름에 다소 차이가 난다. CPI 상승세가 눈에띄게 둔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한국은 소비자물가가 미국보다는 2%포인트 가량 낮은 5%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수입물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최근 빠른게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변수다. 금통위의 베이비스텝을 선택할 명분이 하나하나 늘어나면서 금리인상 속도조절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어쨋든 올해 마지막 남은 기준금리 조정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이 각각 다시한번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밟으며 긴축기조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강경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느냐에 따라 금융시장과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CPI 둔화 소식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폭의 조절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특히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주저앉으며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수출부진으로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점을 감안, 통화 정책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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