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재정 적자·세수 결손 위기에 다시 불거진 '재정준칙 도입'

올 1~4월 국세 수입 전년 동기 대비 39조원 부족
재정 적자 불가피한데 추경 편성 요구는 '부적절'해
세수 확대·기금·불용 예산 등 활용 안 고민해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6-14 11:45:19

한동안 잠잠하던 재정준칙 도입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세수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면서 35조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더불어민주당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제 민생 회복 추경을 다시 한번 정부 여당에 제안하면서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재정적자가 갈수록 커져 비상이고, 올해 역대급 세수 부족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추경 편성 거론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중앙정부 국가 채무는 전년 대비 94조3000억원 증가한 1033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3조 9000억원이 덜 걷혔다. 이런 상태라면 세수 결손 확대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판이다 .

미래 세대를 위한 나라살림의 안전판 역활을 할 '재정준칙' 도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됐다. 국회가 재정준칙 입법화에 시급히 나서야 할 이유다.
 

▲국가채무 악화 속에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로 비상 걸린 재정 건전성<사진=연합뉴스 제공> 

 

■ 국가 재정 위기에 포퓰리즘 경계해야

이처럼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할 형편이다. 그럼에도 감액 추경은 고사하고 재정지출을 더 늘려 국가채무를 악화시키는 추경을 편성하자는 얘기는 국가경제의 지속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 뿐만 아니다. 재정지출을 늘리면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를 자극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더 키우게 된다.

더욱이 올해 1분기 나라살림 적자가 54조 원으로 올 한해 예상 적자의 90%를 넘어서면서 재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세 등 정부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중앙정부는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쌓여 가는 지방교부금을 반영한 선심성 예산안을 다시 짜는 추경 편성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지자체 186곳이 총 19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지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국가채무비율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자칫 그리스나 포르투칼 수준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고령화와 포퓰리즘으로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국가와 같은 편이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지지부진한 재정준칙 제정 서둘러야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0년 29.7%에서 2018년 35.8%였다가 작년 49.7%로 크게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에는 52.2%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복지 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 다 이전 문재인 정부시절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대규모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친 탓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을 내세우고 지출 증가 속도 억제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재정연구원의 분석이다. 

 

작년 5%대였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대 중반으로 낮추도록 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대로 해도 2026년 이후 국가채무비율은 2032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증가하고 향후 상승폭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 연간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요점이다. 

 

현재 세계 105개국이 재정준칙을 운영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미도입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 2개국 뿐이다. 이런데도 재정준칙 법제화가 국회에서 지연돼 국가채무는 작년 말 기준 1000조원을 상회했다.

 

또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이 역대급으로 급감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54조원에 이른다. 재정준칙 도입이 한시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재정준칙 입법화가 여전히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제고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정치쟁점화 할 사안이 아니다. 재정 적자 감축을 미룰수록 미래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재정 준칙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 세수 확대와 지출 구조조정 등 필요해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덜 걷힌 세수가 33조9천억 원에 달한다. 올 연말까지 적어도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세수 펑크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수출 부진과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되는데 재정 악화 속도는 거침없다. .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묶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코 앞에 닥친 세수 펑크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인데,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세제 지원 조치를 회수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우선 경기 진작 차원으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시행돼 온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종료키로 했다. 또 법정한도인 60%로 낮춘 종부세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복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유류세 인하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단계별로 정상화할 방침이다. 이들 방안은 세수 감소폭을 일정 부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강제적인 예산 불용(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음)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을 최대한 끌어다 쓰고 ‘자연스러운’ 불용도 활용하겠는 방침이다.


물론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할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손쉬운 추경 편성보다 예산을 구조조정하고,세수 부족분을 최대한 메꿔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는 재정 적자를 관리해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승섭 대기자/토요경제 sslee7@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