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습에 위기 처한 유통업계...“규제 풀고 산업경쟁력 강화 시급하다”
대형마트마저 구조조정...롯데마트 이어 이마트 창사 첫 희망퇴직
알리·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공습...사용자·거래금액 급증
경쟁력 키울 법·제도 정비 시급...‘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4-03-26 11:45:08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어제 근속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에 나섰다. 1993년 창사 이후 31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롯데마트도 작년 11월 역대 세 번째 희망퇴직을 받았다.
실적 부진 등 어려움에 빠진 대형마트업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대형마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위기를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쇼핑 행태가 전자상거래쪽으로 급속히 전환되는 환경에서 최근 ‘C(차이나)-커머스’업체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국내 유총시장에 무차별 공습에 나서면서 위기감을 배가시킨다.
반면 대형마트와 국내 쇼핑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규제에 쌓여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영세업자들은 물론이고 대형 유통업체조차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대 위기에 처한 대형마트 등 유툥업계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전자상거래)으로 무게 추가 급격히 이동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마트가 이번에 창사 이래 첫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한 것도 수년간 계속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마트의 직원 및 점포 수는 2019년 (6월 말 기준)2만5000여 명, 158개에서 2022년 말 2만3000여 명에 157개로 줄었다. 작년 말에는 2만2000여 명에 155개로 감소세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11월 전체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20년 실적이 좋지 않은 12개 점포를 폐점한 데 이어 2021년 상·하반기에 걸쳐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더욱이 쿠팡에 이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취급 품목을 신선식품으로까지 영역 확대에 나서 대형마트를 위협하고도 남는다. 그동안 신선식품을 주력 핵심 품목으로 취급해온 대형마트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일반 중소형 쇼핑몰 업체들도 중국 쇼핑 앱의 국내 시장 잠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폐업 신고된 국내 인터넷 통신판매 업체는 전년 대비 2만 곳 이상이 늘어난 7만8580곳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국내 유통시장 뒤흔드는 'C-커머스' 역습
작년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70.3% 증가한 수치다. 중국으로부터의 직구 금액은 23억5900만 달러(3조1000억 여원)로 전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났다. 가파른 성장세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초저가 상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플랫폼의 사용자 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알리의 사용자(2월 기준)는 818만 명이라고 한다. 테무와 쉬인까지 합치면 무려 1467만 명에 달한다는 집계다. 1년 동안 무려 4배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2억달러(2632억 여원)를 투자해 올해 내 국내에 18만㎡(5만1450여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을 더한다.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알리익스프레스의 판매 상품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경쟁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옥죄는 규제 없애고, 관련 법·제도 마련해야
이 같은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국내 유통업체를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유통·제조· 물류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줘야 한다.
특히 역차별 해소가 중요하다. 대형마트 의 새벽배송과 야간·휴일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한시바삐 통과시켜야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대거 뛰어든 상황에서 만든 지 20년도 넘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고수는 재고해야 한다.
또 중국산 초저가 상품의 부실화와 짝퉁 상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내 유통시장을 교란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해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쇼핑 플랫폼들이 소비자 보호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엄중히 처벌하고, 식·의약품, 고가품, 청소년 유해매체물,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해서는 부처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국내 유통시장을 석권하기 전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함께 해외 쇼핑 앱의 반칙 행위 규제가 가능한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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