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제련소 유증 가처분 결론 임박…경영권 분쟁 판세 뒤집히나
JV 지분 10% 향방에 의결권 구도 요동…내년 3월 주총·이사회 재편까지 영향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5-12-21 11:42:20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추진 과정에서 합작법인(JV)에 지분 10%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 임박하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경영권 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번 사안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약 11조원을 투자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 및 현지 전략적 투자자들과 ‘크루서블 JV’를 설립하고, 이 JV에 자사 지분 10%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넘기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해당 유상증자가 특정 경영진에 유리한 의결권 구조를 형성한다며 법원에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JV 지분이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성격상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220만9천여 주의 신주가 발행될 경우, 의결권 기준 MBK·영풍 측 지분은 약 43.4% 수준이 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기존 지분에 한화, LG화학, 국민연금, 신설 JV 지분을 더해 최대 45.5%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그간 열세로 평가되던 최 회장 측이 역전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내년 3월 주총 시나리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일부 이사의 임기 만료로 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이 불가피하다.
당초 시장에서는 MBK·영풍 측이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도를 9대 6 또는 8대 7 수준까지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JV 지분 10%가 의결권으로 반영될 경우, 이사회 격차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유상증자를 막을 경우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된다. 내년 3월 주총 기준일이 12월 31일인 점을 감안하면, JV 설립과 신주 발행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해당 지분은 주총 의결권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경우 의결권 기준 지분은 MBK·영풍 측이 약 48.9%로 우위를 유지하고, 최 회장 측은 30%대 중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돼 이사회 재편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양측 주장을 모두 청취한 뒤, 미국 정부가 제련소 지분을 요구했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대한 추가 소명을 요청하고 심문을 종결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 예정일이 26일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22일 전후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판단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뿐 아니라, 장기화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며 “주총과 이사회 구도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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