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핵 정국에 실종된 민생금융…소 잃고 외양간 고칠까
피해는 결국 국민 몫
손규미
skm@sateconomy.co.kr | 2024-12-23 11:51:20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의 여파로 인해 민생과 직결된 금융 관련 법안들이 표류될 위기에 놓였다.
연내로 경제 회복을 위한 관련 법안들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만 쏠리면서 조속히 처리되어야 할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현재 여야가 정기국회 내 최우선 처리해야 할 6개 법안 중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대부업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두 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만큼 본래대로라면 이번 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러운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대부업법 개정안은 민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대표적인 법안으로 손에 꼽힌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 기관의 영업 정지나 파산 등의 사유로 고객이 맡긴 예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는 제도로 지난 2001년 금융사당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23년 간 계속 유지되면서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국가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했다. 미국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9000만원) 등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점화됐다.
이에 국내에서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시 6개월 뒤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탄핵 정국에 들면서 관련 논의가 향후 언제쯤 이뤄질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대부업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해당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정 최고이자율(20%)을 초과해 이자를 받는 경우 계약 효력이 제한되고 이자약정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를 무효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불법사금융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 형량의 경우 기존 5년에서 징역 10년 이하로 변경됐고 벌금은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된다.
대부업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부업 진입 문턱을 높이고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점에서 급증하고 있는 불법사금융 피해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민생침해 5대 금융악으로도 불리고 있는 불법사금융의 피해상담 및 신고 건수는 2022년 1만350건에서 지난해 1만2884건으로 24.5%나 급증하는 등 금융취약계층의 큰 피해를 야기하고 있어 통과가 시급했던 법안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국회에는 티메프 사태 관련 전자금융거래법, 주주 이익보호 노력 의무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여야의 정쟁에 막혀 계류돼 있다.
혼란을 맞고 있는 정국 속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야 간 협치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협의체 구성 및 의제를 둘러싼 갈등 등 양측 간의 이견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차질 없이 주요 금융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진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생 현안 처리 지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를 의식했는지 여야도 국정협의체 참여에 협의하는 등 뒤늦은 민생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정쟁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므로 여야는 대치보다 협치를 통해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내홍 속이라 할지라도 국익과 민생을 위한 입법은 국회 본연의 의무이며 이를 통해 국정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결코 미룰 수 없는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이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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