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뛰는 한국, 나는 중국'...중국에 또 역전 당한 '전기車 수출'
무협, 중국에 밀려 세계 전기차 수출국 4위로 하락
현대차 미 수출 타격으로 격차 더 벌어질 듯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09-08 11:31:10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하나하나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세계 최대규모의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우리의 전략 산업을 하나하나 제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여기에 태생적 비교 우위에 있는 노동력, 그리고 풍부한 원자재류를 무기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은 첨단 제조업 분야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솔라셀 등 부지기수다.
전기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풍부한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CATL, BYD 등이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전기차는 그간 중국 내수시장을 제외한 수출량 기준에선 대한민국이 앞서 있었으나, 이마저도 중국이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전격 시행으로 국내 현대차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전기차 수출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완성차 업체가 다름 아닌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이후 주요국 전기차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288억달러로 미국을 멀리 따돌리고 1위를 탈환했으며, 전기차 종주국이라는 미국은 101억달러로 2위로 내려앉았다. 중국은 2019년 대비 무려 10배 성장하며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3위에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액 격차는 단 1억달러다, 자동차산업 후진국이라는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만큼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무서운 기세에 한국도 한 계단 주저앉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3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며 미국, 독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중국에 밀려 '빅3' 자리에서 탈락했다.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무려 112.2% 증가했다. 초고속 성장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더 많이 성장했다. 수출액이 무려 1000% 성장한 중국의 추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마치 한국은 뛰고 있는데, 중국은 날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전체 자동차 수출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중국의 급성장은 한국 전기차산업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관련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탁월한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전기차를 상대해온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지닌 중국차라는 복병이 나타난 셈이다.
현대차그룹 등 국산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데, 중국차가 치고 올라올 수록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중간의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에선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은 사정이 다르다. 비공식 추산으로 유럽의 화교 인구만 1억명이 넘는 데다 중국제품이 상대적으로 유럽에선 반응이 좋다.
변수는 미국인데, 이마저도 바이든 정부의 기습적인 '인플레법' 시행으로 현대차그룹 등 한국 전기차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사실상 미국산 전기차에 특혜를 주는 인플레법의 도입으로 한국산 전기차의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한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처음으로 점유율 2위에 올라섰으나, '반년 천하'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국의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던 탓에 그만큼 손실도 커질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수출국 랭킹에서 더 밀려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수출 랭킹 5위인 스페인과의 격차는 단 7억달러에 불과했다. 6위 벨기에와 7위 일본과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대안은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 하는 길 뿐이다. 인플레법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신축과 기존 라인의 전환 등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미국 외의 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전기차 수출의 2·3위국인 독일과 영국에서도 올 상반기 시장 점유율이 4위와 3위를 기록하는 등 순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기차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진일보 하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왔던 만큼 중국의 추격과 미국 등의 선진국 시장의 정책적 변화에 보다 치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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