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바이든과 정의선의 독대, 무엇을 남겼나?
美, 미래차 공급망재편 마지막 퍼즐 확보...현대車, 이미재 개선과 전폭 지원 약속 등 수확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2-05-23 11:30:5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독대가 연일 화제다. 세계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바쁜 동아시아 순방 일정을 쪼개어 한국의 한 그룹 총수와 따로 만나자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바이든은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전격 방문하더니, 출국 전에 정의선 회장과 단독 회담을 가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바이든이 정 회장을 단독으로 만난 이유는 미국 조지아주에 5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자동차공장 설립을 공식 발표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일종의 감사의 표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굳이 독대를 하지 않아도 윤석열 대통령 주관 만찬장 등 얼마든지 현대차그룹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전할 기회는 많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바이든 대로, 정 회장은 정 회장 대로 두 사람이 그것도 다른 그룹 총수들을 다 제치고 장시간 독대를 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50분 간의 독대를 통해 두 사람은 각각 무엇을 얻었을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특히 바이든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중국은 이 둘의 만남의 배경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가뜩이나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IPEF(인도태평양경제연합,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국이다. IPEF에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으로선 자신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잠재적 최대 라이벌 현대차그룹의 총수와 바이든의 독대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바이든과 정회장의 독대가 있던 22일 중국-파키스탄 외교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IPEF를 핵심산업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분열과 대립을 만드는 도모"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IPEF 결성을 적극 추진 중인 미국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미국의 중국 포위 작전에 한국이 적극 나서는 것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두마리 토끼' 다 잡은 바이든
중국 고위층의 연이어 강력한 불만 제기에도 불구, IPEF의 결성과 한미일 간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 전쟁의 장기화로 촉발한 세계적인 자원 시장의 구조 재편 등 글로벌 환경의 대변혁기를 틈타 세계 경제질서 자체를 우방, 친미국가 중심으로 바꾼다는 원대한 꿈을 펼치고 있는게 다름 아닌 바이든이다.
바이든이 정의선 회장과의 독대를 전격 제안한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미국 입장에선 경제동맹, 나아가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세계 공급망의 재편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한국만한 대안이 없으며, 한국이 없이는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기술력을 갖고 있고,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세계 어떤 대기업 부럽지않은 자본력과 맨파워, 글로벌 인지도 등을 보유하기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특유의 재벌그룹 속성상 부품, 소재에서부터 완제품,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를 갖추고 있는 것도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큰 강점이다.
바이든 이번 방한 일정의 첫 방문지로 삼성 평택공장을 선택한데 이어, 유일한 단독 회담 기업인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번 바이든의 방한이 주는 목적과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실제 바이든이 2박3일의 방한 일정 중 단독으로 만나 회담을 가진 것은 윤 대통령과 정 회장 단 둘 뿐이다.
바이든으로선 윤 대통령과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동맹의 폭을 포괄적으로 늘리는 거시적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 부회장과 정 회장과의 만남에선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기술동맹의 양대 축으로 두 그룹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야마롤 바이든으로선 삼성과 현대차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공급망 재편'의 중요한 축 확보
목표가 뚜렷한 만큼 바이든은 이번 정 회장과의 독대를 통해 적지 않은 것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든 특유의 논리적이고 친화력 높은 세일즈 외교를 통해 정 회장으로부터 추가 대 미국 투자라는 실리를 확보했다. 회담 직후 정 회장이 전기차 관련한 미국 투자를 50억달러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제조품을 우선 구매한다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앞세워 삼성으로부터 170억 달러의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낸 바이든이 현대차그룹으로부터 100억달러 투자를 확보해 두 그룹으로부터만 30조가 넘는 투자유치에 성공한 셈이다. 바이든은 또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을 겨냥해 야심차게 준비 중인 IPEF나 우방국 중심의 기술동맹의 중요한 공급 거점으로 삼성과 현대차라는 강력한 우군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개발력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제조업 기반은 취약하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기반이 강력한 중국을 배제하고 새로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으로선 안정적인 공급시스템 구축을 선행해야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 못지않은 글로벌 제조기반을 갖추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재편을 위한 제조 기반 확충의 마지막 남은 퍼즐이라 할 만하다.
바이든은 또 이번 정 회장과의 독대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미국 추가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제조업의 부활을 노리는 미 정부의 또 다른 목표 실현과 대규모 고용창출 등 부수적인 소득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은 이와 관련, “현대차의 미국 투자로 8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고, 조지아의 근로자와 사업자들은 많은 경제적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와 모빌리티 부문에서 현대차가 보유한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바이든의 소득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수차, 자율주행, AI(인공지능),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이 이번 추가 투자의 대부분을 이같은 첨단 분야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 막대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바이든이 이번 방한으로 얻어간 것 못지않게 현대차그룹이 거둔 성과도 이에 못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21세기형 비관세 무역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미 생산 거점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 정 회장이 바이든과의 독대 끝에 통큰 배팅을 통해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의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높여주는 동시에 현대차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바이든과의 독대를 통해 각종 세금 감면 등 세제혜택은 물론 다양한 인프라 지원 약속을 받아냈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향후 현대차가 미 정부가 탄소중립 조기 실현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 확산을 적극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특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까지 신규 자동차 등록의 50%를 전기차로 충당하려는 미국의 목표에 현대차가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아의 EV6와 현대의 아이오닉5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날개를 단 모양새다.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고 공급망 재편에 따라 미국산에 대한 우선 구매량이 늘어난다면, 테슬라를 넘어 메이저 전기차업체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미래 자동차로 떠오른 수소차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 입장에선 잠재적인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입지 강화는 막대한 수익으로 돌아올 개연성이 높다.
정의선이란 이름 석자를 세계 만방에 알린 것도 이번 바이든과의 독대에서 거둬들인 빼놓을 수 없는 수익이다. 갈수록 오너의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바이든과 독대 직후 백악관 유튜브채널로 전세계에, 그것도 영어로 라이브 브리핑을 함으로써 엄청난 마케팅효과를 거둘 것이란 얘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든과의 독대로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한층 높아져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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