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의 KCC, 실리콘 회복 타고 글로벌 소재기업 전환 속도
도료 수익성·건자재 기반 위에 실리콘 성장성 결합…스페셜티 소재기업 재평가 기대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2026-07-03 11:29:48
KCC가 실리콘 사업 회복세를 발판으로 글로벌 스페셜티 소재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자재와 도료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존 사업 기반에 실리콘 사업이 더해지면서 KCC의 사업 구조는 과거보다 한층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한 건자재 기업이 아니라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 소재기업으로 재평가받는 흐름이다.
정몽진 KCC 회장이 이끌어온 사업 재편의 핵심은 안정적인 기존 사업 위에 미래 산업과 연결되는 고부가 소재 영역을 확장하는 데 있다. KCC는 오랜 기간 석고보드, 그라스울, 창호 등 건자재 분야와 자동차·선박·산업용 도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여기에 2019년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를 계기로 실리콘 사업을 본격 편입하면서 사업 외연을 세계 소재 시장으로 넓혔다.
최근 증권가도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KCC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75만 원으로 산정했다. 핵심 투자 포인트로는 실리콘 사업의 턴어라운드, 도료 사업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건자재 사업의 안정적 시장 지위가 꼽혔다. 단기 실적 개선보다 사업구조 변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 평가다.
사업 구조 변화는 매출 구성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KCC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2018년 실리콘 11%, 도료 37%, 건자재 39% 수준에서 2025년 실리콘 47%, 도료 30%, 건자재 15%로 바뀌었다. 건자재와 도료 중심이던 사업 구조가 실리콘을 포함한 소재 중심 구조로 이동한 것이다. 특정 업황에 의존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큰 변화의 축은 실리콘 사업이다. 실리콘은 건축, 자동차, 전기전자, 퍼스널케어, 에너지, 반도체,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기능성 소재다. 특히 전기차, AI 서버 열관리 소재, 반도체 패키징, 전자 소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KCC가 실리콘을 미래 성장축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실리콘 업황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격 반등과 원가 안정화, 고부가 제품 확대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범용 제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전기전자, 퍼스널케어, 고기능 산업재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면 실리콘 사업은 KCC의 중장기 성장성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KCC실리콘의 최근 행보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KCC실리콘은 올해 중국과 유럽의 주요 퍼스널케어 원료 전시회에 참가하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시장은 사용감, 안정성, 기능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부가 소재 시장이다. KCC실리콘이 이 시장에서 실리콘 기반 뷰티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범용 실리콘에서 스페셜티 소재로 이동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도료 사업은 KCC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사업축이다. KCC는 자동차, 조선, 산업용 도료 분야에서 국내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대차그룹과 국내 주요 조선사를 비롯한 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과 고객 네트워크는 경기 변동 속에서도 도료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특히 조선업 호황은 KCC 도료 사업에 긍정적이다. 선박용 도료는 일반 건축용 도료보다 기술 장벽과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LNG선 등 고사양 선박 발주가 확대되고,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고기능 도료 수요가 늘면서 제품 믹스 개선도 기대된다.
친환경 도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KCC는 HD현대와 공동 개발한 선박 내부용 도료로 환경표지 인증을 받았고, 해당 제품은 HD현대의 선박 내부 비침수 구역용 표준 도료로 선정됐다. 조선업계의 친환경 전환과 맞물려 KCC 도료 사업이 단순 공급을 넘어 기술 파트너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건자재 사업은 KCC의 전통적 기반이다. 국내 주택 경기 둔화와 건설 투자 감소로 단기 업황은 쉽지 않지만, KCC는 석고보드, 그라스울, 창호 등 주요 품목에서 국내 선두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석고보드와 그라스울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유통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황 변동 속에서도 안정적 사업 기반 역할을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축물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와 화재 안전 규제 확대가 건자재 사업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단열 기준 강화, 불연·준불연 자재 수요 증가는 고성능 건축자재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다. 그라스울과 같은 단열·불연 소재는 에너지 절감과 화재 안전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한편 KCC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264억 원, 영업이익 881억 원, 당기순이익 21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었고, 순이익은 39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원자재 비용과 글로벌 시장 변동성 영향으로 줄었지만, 순이익 개선과 사업 구조 변화는 KCC의 기초체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주환원 강화도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KCC는 보유 자사주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분할 소각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본업 회복, 투자자산 가치, 주주환원 정책이 함께 맞물리면 실리콘과 도료 중심의 스페셜티 소재기업 전환은 밸류에이션 상승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결국 KCC의 변화는 단일 사업의 회복에만 기대는 흐름이 아니다. 실리콘은 첨단 산업과 연결되는 성장성을 맡고, 도료는 고부가 산업재 시장에서 수익성을 담당한다. 건자재는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안정성과 브랜드 신뢰를 제공한다. 세 사업은 각기 다른 산업 사이클을 갖고 있지만, 소재 기술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연결된다.
KCC는 이제 건자재, 도료, 실리콘을 각각 별도 사업으로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소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하고 실리콘 사업이 미래 성장성을 더하면서, KCC가 글로벌 스페셜티 소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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