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석달만의 '빅스텝', 기준금리 3% 시대...물가 이젠 잡힐까
12일 금통위, 금리 0.5%p 인상 결정...고공비행 물가와 환율 방어 차원 사상 초유의 5연속 인상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10-12 11:12:10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고공비행중인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결정은 '빅스텝'이었다.
소비자물가가 7월 6.3%를 정점으로 8, 9월 연속 소폭 하락 반전한 탓에 일부에선 '베이비스텝'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금통위는 12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결국 빅스텝을 선택했다. 지난 8월에 이어 또다시 빅스텝을 밟았다.
금통위의 빅스텝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0.50%포인트 상승하며 연 3.00%시대를 재진입했다. 기준금리가 3%대에 진입한 것은 2012년 10월 이후 꼭 10년 만의 일이다.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린 것도 놀랄 일이지만, 기준금리가 1.00%에서 3.00%까지 진입하는데 불과 1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은 그 인상 속도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는 1997년 IMF외환위 때도 없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던 한은 역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금통위는 2020년 3월16일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표아래 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사실상의 제로금리시대를 연 것이다. 금통위는 이후 무려 9차례 금리를 동결하며 흔들림없는 저금리 기조를 줄곧 유지해왔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며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싹틔운 시점은 코로나19 대란이 정점에 달하던 작년 여름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26일 1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고금리로 가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작년 8월 이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광폭의 인상행진을 시작했고, 1년1개월여만에 3%대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기준금리는 작년 11월, 올해 1·4·5·7·8월과 불과 1년 남짓 기간만에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총 2.50%포인트 높아졌다.
금통위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이날 역대 두 번째이자 2연속 빅스텝에 나선 것은 정부의 온갖 노력과 대책에도 불구, 잡히지 않는 물가와 미국의 초강달러, 즉 '킹달러' 현상으로 인한 환율의 고공비행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무엇보다 잇단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물가 오름세가 눈에띄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9월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5.6% 상승하며 5~6%대의 고공행진을 5개월째 지속했다.
물가상승률이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떨어지며 조금이나마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그 하락률이 자체가 낮고 여전히 5%대 중반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에 힘을 실어준 꼴이다.
전문가들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적게 하락했고 물가가 올가을 정점을 지나더라도 그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한 금리인상의 속도조절 자체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고 이에따라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이 큰 것도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금통위의 빅스텝 직전까지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최대 0.75%포인트였다.
여기에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상황이어서 금통위측이 베이비스텝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를 가장 큰 폭으로 앞선 것은 1996년 6월∼2001년 3월 1.50%포인트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기준금리가 3%대의 고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우리경제엔 또다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짙어졌다. 일단 최근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은데다가 금리마저 대폭 인상됨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소폭이나마 하향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상단이 7~8%대까지 치솟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머지않아 두자릿수(10%대)까지 육박하며 대출이 많은 기업과 가계에 가혹한 이자부담을 강요할 것이란 점이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역시 깊은 혹한기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1년사이에 부동산시장 절정기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산 구매자들은 금리 폭등과 호가하락, 거래 실종으로 시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빅스텝 결정이 어느정도 예상했던 터라 시장의 심리적 충격은 덜하겠지만, 기준금리3%대 진입으로 인해 전체적인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돼 증시를 포함한 모든 자본시장과 실물경기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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