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장기손해율 가정 논란…“보수 추정” vs “회계 신뢰성 훼손”
김용범 메리츠 부회장, "장기손해율 작게 잡을수록 미래세대에게 손실 전가하는 꼴"
업계 "예실차 크게 잡는 가정은 회계 신뢰성 해칠 수 있어...'0'에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
예상손해율 업계 간 통일된 기준 없어 편차 불가피...손해율 추정은 각사 역량에 달려
금융당국, 단기 성과위해 장기 안정성 훼손은 안돼...필요한 보완 조치 검토 중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 2025-05-23 09:48:05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메리츠화재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장기손해율 가정’이 보험업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 측은 “예상손해율을 타사보다 보수적으로 잡은 결과 실적에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정이 과도하거나 회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장기손해율 산정 기준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받은 보험료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적손해율’은 해당 연도에 실제 발생한 손해율이며 ‘예상손해율’은 보험계약 만기까지 발생할 손해율을 추정한 값이다. 이 둘의 차이인 ‘예실차’가 클수록 손해율 가정의 현실성과 회계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별도 당기순이익이 4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는 “실적손해율은 90%, 예상손해율은 104%로 예실차가 14%포인트(p)에 달한다”며 “최근 5년간 통계를 바탕으로 한 보수적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콘퍼런스콜에서 관련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보험사들의 실적손해율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예상손해율은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회사는 실적손해율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예상손해율을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구조가 유사하고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실적과 예측 간 괴리가 크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손손해율과 무해지보험 해지율 관련 제도는 정비됐지만 장기손해율에는 여전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로 인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합리적인 추정은 단기 이익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미래 세대에 손실을 전가하는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상품의 수익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면 출혈 경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별 예실차를 보면 KB손해보험은 실적손해율 88%, 예상손해율 103%로 15%p의 예실차를 기록해 가장 컸다. 삼성화재는 각각 88%와 96%로 8%p, DB손해보험은 90%와 97%로 7%p의 예실차를 나타냈다. 반면 현대해상은 실적손해율 102%, 예상손해율 99%로 –3%p의 예실차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도 업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예실차가 작을수록 예측 정확도와 회계 가정의 신뢰도가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예실차가 0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실차는 작을수록 예측력이 높다는 의미이며 이상적으로는 0에 수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예상손해율에는 업계 간 통일된 기준이 없어 일정 수준의 편차는 불가피하다”며 “보험사는 각자 상품과 계약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주체인 만큼 손해율 추정의 정확도는 결국 각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손해율 언급은 장기손해율 가정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또 “과도하게 낙관적인 손해율 가정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며 “예실차는 본래 0에 가까운 것이 회계 기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 포트폴리오나 계약 구조가 다르더라도 실적손해율이 유사한 상황에서 예상손해율만 유독 차이를 보인다면 회계 자의성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현재 이익을 부풀리고 미래 손실을 후대로 넘기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현 대표는 “예상손해율이 1%p만 달라져도 CSM(계약서비스마진)이 7000억원씩 변동된다”며 손해율 가정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해당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일부 보험사가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한 보완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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