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26조보다 주목할 ‘23일’…협력사 결제 빨라진다

6000여 협력사 납품대금 최대 23일 조기 지급
평상시 평균 10일 이내 지급 추진
상생결제 통해 2·3차 협력사까지 확산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0 11:02:08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이 협력사 지원의 초점을 금액에서 결제 속도로 넓히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2조2562억원의 납품대금을 최대 23일 앞당겨 지급한다. 지난 7월 평상시 지급기간도 평균 10일 이내로 줄이기로 한 데 이어 협력사의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그룹사 12곳은 부품과 원자재·소모품 등을 공급하는 6000여 협력사에 납품대금 2조2562억원을 기존 지급일보다 최대 23일 먼저 지급한다. 1차 협력사에도 2·3차 협력사에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명절을 앞두고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조치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추석 2조228억원, 올해 설에도 2조768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이번에는 지난 7월 발표한 공급망 결제조건 개선책과 맞물린다는 점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협력사들과 상생협약을 맺고 납품대금을 법정 지급기한인 60일보다 크게 짧은 평균 10일 이내에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지급하는 기간도 줄일 수 있도록 교육과 모니터링, 인센티브를 병행한다.

상생결제도 확대한다. 대기업의 신용을 활용해 1·2·3차 협력사가 납품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열악한 하위 협력사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결제기간 단축은 협력사의 현금흐름과 직결된다.

부품업체는 제품을 납품한 뒤 대금을 받을 때까지 인건비와 원재료비 등을 자체 자금이나 차입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대금을 빨리 받으면 매출채권을 들고 기다리는 기간이 줄고 단기차입에 의존할 필요도 낮아진다.

자동차산업에서는 2·3차 협력사까지 효과가 내려가는지가 중요하다. 완성차 업체가 1차 협력사에 돈을 빨리 지급하더라도 하위 업체의 결제기간이 그대로라면 공급망 전체의 자금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의 지급 관행까지 관리하려는 이유다.

정부도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9일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올해 120조원에서 내년 140조원으로 늘리고 대기업과 은행 등의 출연을 바탕으로 연내 10조원 규모 상생 무역금융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제도는 현대차그룹 협력사만을 위한 지원책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해당 재원에 출연한다는 발표도 현재까지 없다.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지원 요건을 갖춘 수출 중소·중견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 수단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공급망 정책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2조2562억원보다 지급기간이다. 평상시에는 평균 10일 이내 지급을 추진하고 자금 수요가 몰리는 명절에는 다시 최대 23일 앞당긴다. 여기에 상생결제를 이용해 효과를 하위 협력사까지 넓히는 구조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바뀌면서 협력사도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이 공급망 경쟁력의 범위를 생산과 기술에서 결제 속도까지 넓히고 있는 이유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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