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민간 개방…501조 중 DB형 229조는 적용 제외

DC·IRP 272조5000억원이 적용 범위…기존 적립금 자동 이전은 아냐
사외적립도 시행 이후 근속분부터 의무화…신규 자금 유입 단계적 확대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9 11:31:27

▲퇴직연금 [연합뉴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에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지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45.7%를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외적립 의무화 역시 과거 근속기간에 소급 적용하지 않아 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단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9일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회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해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공동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운용 영역이 확대되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제한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DB형은 22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한다.

이를 제외한 DC형과 IRP 적립금은 272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54.3%다. 정부가 발표한 기금형 퇴직연금의 제도적 적용 범위를 지난해 말 적립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 규모에 해당한다.

다만 272조5000억원을 민간 기금형 퇴직연금의 실제 유입 예상액으로 볼 수는 없다.

정부는 한 사업장에서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 퇴직연금을 함께 운영하거나 여러 기금형 퇴직연금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금형 도입이 기존 계약형 적립금의 의무적인 이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금융회사가 기금형 수탁법인을 설립하더라도 기존 DC·IRP 가입자와 사업장의 선택을 받아야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사외적립 의무화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도 시행 일정과 적용 범위에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9년 10~99인,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외적립 의무는 각 사업장의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된다. 시행 이전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급여까지 일시에 외부에 적립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는 사업장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기존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급여의 체불 위험을 한꺼번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퇴직금 체불액은 8229억원으로 전체 임금체불액의 41.1%를 차지했다. 사외적립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기존 근속분의 재원 확보 여부에 따라 근로자 보호 수준에는 차이가 남을 수 있다.

민간 금융회사에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을 허용하더라도 진입과 운영에는 별도의 요건이 따른다.

금융회사는 독립된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수탁법인은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운용·이해상충 관리 등 핵심 의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기관이 적립금을 운용하지만 투자 손익은 가입자에게 귀속된다. 수탁법인의 책임 강화가 투자 원금이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 평가를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하고,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현행 70%에서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퇴직연금 경쟁은 기금형 수탁법인 설립뿐 아니라 기존 계약형 적립금 유지와 신규 사업장 확보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시장 변화는 법 개정과 사업장별 도입 시점에 달려 있다. 정부는 다음 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민간 개방과 전 사업장 사외적립 의무화가 금융권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 적립금 501조4000억원을 곧바로 신규 운용시장 규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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