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MS와 '전력용량'까지…수익모델 바꾼다
12GW 모듈·EPC 협력서 BYOC·VPP로 확대
2분기 출하 32% 줄어도 신재생 영업익 168% 증가
AMPC 의존 넘어 서비스 수익화가 다음 시험대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8-22 10:51:41
한화큐셀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사업을 태양광 패널 공급에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용량' 확보로 넓힌다. 의미는 계약 하나가 추가됐다는 데 있지 않다. 패널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에서 발전·저장·전력망 운영까지 맡는 사업자로 수익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올해 2분기 모듈 출하량이 32% 줄었는데도 신재생에너지 영업이익이 168% 증가한 한화솔루션의 실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박승덕 대표)은 MS와 데이터센터 주변에 신규 발전·에너지 자원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가 검토하는 방식은 'BYOC(Bring Your Own Capacity)'다. 큐셀이 발전·저장 등 새로운 전력용량을 개발하고 이를 MS 또는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전력회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MS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비용을 부담한다.
기존 협력과는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
한화큐셀과 MS는 2023년 미국산 태양광 모듈 2.5GW 공급과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으로 시작했다. 2024년에는 이를 8년간 총 12GW로 확대했다. 연평균 약 1.5GW의 모듈과 EPC를 공급하는 대형 계약이다. 당시 한화큐셀이 파는 것은 주로 패널과 발전소 건설 서비스였다.
이번에는 전력 자체의 확보와 운영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양사는 수천개의 가정용·상업용 배터리를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도 검토한다. 전력 수요가 몰릴 때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를 전력망으로 보내고 평상시에는 참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Microsoft Fabric과 Azure가 분산된 에너지 자원을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역할을 맡는다.
이 사업을 단순한 태양광 확대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MS가 원하는 것은 패널의 개수가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AI 확산으로 미국 전력시장의 병목도 바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에서 2030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의 약 절반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도 지난달 공개한 송전망 수요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송전망 확충이 필요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MS 역시 지난 1월 데이터센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전기요금이 올라가지 않도록 필요한 발전·송전 인프라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는 원칙을 내놨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5년 200TWh에서 640TWh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에는 이 변화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재무에서도 이미 패널 출하량과 이익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1109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매출 2조4823억원, 영업이익 1664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를 합하면 매출 4조5932억원, 영업이익 2286억원이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연간 8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손익 방향이 달라졌다.
특히 2분기가 흥미롭다.
태양광 모듈 출하량은 1분기 1.9GW에서 2분기 1.3GW로 약 32% 감소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매출은 17.6%, 영업이익은 167.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약 2.9%에서 6.7%로 높아졌다.
출하량이 줄었는데 이익이 늘어난 것은 모듈 평균판매가격이 5% 오른 데다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 발전자산 매각, 관세 환급 등이 실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패널을 팔았느냐'만으로 태양광 사업의 이익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숫자도 있다.
2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반영된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2134억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전체 영업이익 1664억원보다 470억원 많다. AMPC를 기계적으로 제외하면 영업손익은 적자로 내려간다. 관세 환급과 발전자산 매각 등 다른 요인도 있어 이를 곧바로 본업 적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 정책 지원이 수익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MS 협력의 경제적 의미가 더 커진다.
BYOC와 VPP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한화큐셀은 모듈 제조뿐 아니라 발전소 개발·EPC·ESS·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전력망 운영에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세액공제와 패널 가격에 좌우되는 제조 이익을 장기 계약과 서비스 수익으로 보완할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준비도 갑자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화큐셀은 2020년 미국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젤리(Geli)를 인수했다. 지난 3월에는 데이터센터용 에너지관리시스템의 AI 구성요소가 UL Solutions의 인증을 받았다. 4월에는 MS·프라임그룹과 미국 각지에 엣지 데이터센터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결합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태양광→ESS→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전력관리로 기술을 연결해온 셈이다.
아직 이번 MS 사업은 '검토' 단계다. 구체적인 발전용량과 투자금액, 계약기간, 수익 배분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당장 실적에 반영될 매출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박승덕 대표가 이끄는 한화큐셀의 방향은 이전보다 뚜렷하다. 2023년 MS에 2.5GW의 패널을 공급하는 데서 출발해 2024년 12GW의 모듈·EPC 계약으로 커졌고, 이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발전·저장·전력망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화큐셀의 다음 시험대는 패널 판매량이 아니다. 미국 정책이 만들어주는 이익을 넘어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용량' 자체를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으로 바꾸느냐다. 이번 MS 협력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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