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대한민국은 어쩌다 담합 공화국이 되었나] ‘짜고 치는 가격’…생활 물가 뒤의 담합 카르텔

밀가루·설탕·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수조원 규모 담합 잇따라
삼겹살 유통·교복·빙과류까지…생활 전반 퍼진 ‘가격 카르텔’
OECD, 담합은 “카르텔이 소비자의 희생 위에서 시장을 은밀히 조작하는 행위”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3-13 10:49:37

밀가루·설탕·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대형 담합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삼겹살 유통과 교복·빙과류·드라이아이스 등 생활 밀착 산업에서도 가격 담합이 반복되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 ‘담합 카르텔’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대한민국은 어쩌다 담합 공화국이 되었나] 기획을 통해 생활 물가 뒤에 숨은 담합 실태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짚고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국민 식탁에 오르는 밀가루·설탕·전분당 시장에서 수조원 규모 담합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삼겹살과 교복, 아이스크림·드라이아이스 등 생활 밀착 산업에서도 가격 담합 사례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담합 카르텔’이 퍼져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합은 독점과 함께 시장경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경쟁을 통한 가격 결정이라는 시장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소비자 물가 부담 이미지/이미지=생성형AI이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담합을 “Cartels secretly manipulate markets at the expense of consumers”라며, 카르텔이 소비자의 희생 위에서 시장을 은밀히 조작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분당 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분당 업체들은 2018년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7년6개월 동안 가격을 담합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관련 매출 규모는 약 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분당은 물엿·액상과당·포도당 등으로 가공돼 음료·과자·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핵심 원재료로 사용된다.

 

▲ 전분당의 핵심 원료인 국제 옥수수 가격 10년 추이 2022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담합이 시작된 2018년 국제 옥수수값은 평년과 다름없었다/그래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 뿐만 아니라 식품 원재료 시장의 대형 담합 사건은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제분사 6곳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체들은 2020년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5년 동안 가격 인상 여부와 폭을 사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이며 부당이득액은 1070억~3124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담합이 이어진 같은 기간 국제 밀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 최근 10년 국제 밀 가격 추이.국제 밀 가격은 2022년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해 현재 약 5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담합이 시작된 2020년 1월 당시 국제 밀 가격은 평년 수준이었다/그래프=트레이딩이코노믹스

 

OECD는 매출액의 15%를 부당이득액으로 보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약 8986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탕 시장에서도 담합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당업체들은 2021년2월부터 2025년4월까지 약 4년 동안 설탕 가격 변동을 사전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담합 규모는 약 3조2715억원으로 조사됐다.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보다 최대 66.7%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국제 설탕 가격은 최근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가격 구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최근 10년 국제 설탕 가격 추이. 국제 설탕 가격은 2023~2024년 고점을 찍고 2020년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래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여기에 전분당 담합 의혹까지 더하면 식품 원재료 분야에서만 약 15조원 규모의 담합 사건이 드러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밀가루·설탕·전분당은 빵·과자·음료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가격 변동이 식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담합은 서민 밥상의 대표 식재료인 삼겹살 유통 단계에서도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마트 납품 돼지고기 가공업체들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입찰 가격 하한선을 공유하며 삼겹살 1만8000원 등 가격 기준을 맞춘 담합 거래가 적발됐다. 공정위는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생활 밀착 산업에서도 담합 사례는 이어졌다. 교복 시장에서는 2017년 이후 학교 납품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사전에 조율하는 담합이 30건 이상 적발됐다. 빙과업계에서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사건이 적발됐고, 2023년에는 드라이아이스 업체들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넘게 가격을 담합한 사건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담합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라고 지적한다. 기업 간 경쟁이 사라지면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들도 물가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느낀다”며 “가격 뒤에 담합 문제가 있었다면 소비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평소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잘 몰랐는데 왜 이렇게 물가가 비싼지 의문이 들었다”며 “이번 사건을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에는 원재료 비용뿐 아니라 인건비와 전기료, 임대료 등 다양한 비용이 반영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가격 인상 시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원재료 가격이 내려갈 때는 다른 비용을 이유로 가격 인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 다음 기사에서는 담합이 반복되는 제도적 한계를 중심으로 구조적 원인을 분석한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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