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담합 입찰 적발… 빌트인 선정 ‘제비뽑기·주사위굴리기’로 해
공정위 “한샘·KCC·리바트·에몬스 등 31곳에 담합 행위 과장금 931억원 부과”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04-08 10:46:08
제비뽑기, 주사위던지기 같은 방식으로 입찰사를 선정해, 건설사들이 발주한 오피스텔에 납품하던 한샘, 현대리바트 등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가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가구업체 31곳이 약 10년간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입찰 738건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입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며, 이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31억2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넵스 ▲넥시스디자인그룹 ▲한샘넥서스 ▲우아미 ▲꿈그린 ▲KCC글라스 ▲스페이스맥스 ▲선앤엘인테리어 ▲베스띠아 ▲리버스 ▲에몬스가구 ▲위다스 ▲파블로 ▲현대엘앤씨 ▲SF훼미리 ▲대주 ▲에넥스잠실특판 ▲라비채 ▲매트프라자 ▲한샘특판부산경남 ▲제스디자인 ▲한특퍼니쳐 ▲내외 ▲비앤드케이 ▲제노라인 ▲보루네오특판 ▲동명아트 ▲세한프레시젼 등 31개사다.
빌트인 특판가구란 싱크대, 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그 비용은 아파트 등의 분양 원가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2012년부터~2022년 사이 총738건 입찰에서 사전에 모임 또는 유선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낙찰 순번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담합이 이뤄진 입찰의 관련 매출액은 총 1조9457억원 규모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장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당히 광범위하게 담합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밝혀졌다”며 “이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국내외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낙찰예정자 또는 낙찰 순번은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선(先)영업 업체 우대 등 건설사별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결정했다.
예를 들어 대우건설 발주 건에서 사업자들은 입찰 전 미리 준비한 주사위 2개를 굴려 그 합계가 높은 업체 순서대로 연간 단가 입찰의 낙찰 순위를 결정한 사례가 있었다.
또 GS건설 발주 건에서 업체들은 해당 연도 예상 현장 목록을 만든 후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 순번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합의된 낙찰 예정사가 견적을 작성해 들러리사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수령한 견적가격을 그대로 또는 상향 조정해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명시적인 낙찰예정자 결정 없이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다른 경쟁업체에 고가투찰을 요청하면서 견적서를 제공하거나, 입찰참가자격 유지를 희망하는 업체가 낙찰확률이 높은 업체에 견적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통해 견적서를 제공한 업체는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높은 순위를 확보할 수가 있었고, 제공받은 업체는 입찰참가자격 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입찰을 마친 뒤 담당자들이 대화를 나눈 메신저 대화창을 보면,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돕고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대로 천년만년 꼭꼭∼” 등 담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이 등장한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가구업체들이 세대별로 25만원 내외(84㎡형 기준)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황 국장은 “가구업체가 원가율 대비 약 5% 정도 이익을 얻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특판가구가 84㎡형 기준으로 약 500만 원 정도가 원가인데, 이를 보면 대충 이 사건의 이득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 담합건은 검찰에 고발돼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24개 건설사 입찰 외에도 약 70개 중소형 건설사 발주 입찰에 대한 담합에 대해 추가 조사를 통해 제재할 예정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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