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지점번호’대며 하산 방향 문의에 “119로 연락하라”는 산림 공무원
‘국가지점번호’, 도로명 주소가 없는 산악·해안 지역의 고유 위치 번호 표시 제도
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가‘국가지점번호’안내판 설치 및 정비 관리 수행
조난객 위해서는 차라리 안내판 국유림관리소 긴급연락처를‘119’로 바꿔야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5-06-28 11:39:56
지인은 ‘경기둘레길’ 코스 중 한 곳인 광영고개를 목표로 트래킹에 나섰다. 안산 금광호수 수석정에서 시작해 5km쯤 걸어 광영고개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해는 저물어가고 휴대폰 배터리도 20%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네이버지도에서는 덕성산과 무이산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았다. 새로 만든 임도가 있었지만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때 ‘국가지점번호’ 안내표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국가지점번호’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산악·해안 지역을 10m 간격으로 나눠 부여한 고유 위치 번호 표시다. 도로명 주소가 없는 곳에서 조난자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지인은 안내판에 있는 ‘긴급 연락처’로 도움을 요청했다.
지인은 현재 위치한 ‘국가지점번호’를 알려주며 “휴대폰 배터리가 별로 없는데 마을로 내려가는 방향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내리막길로 가시라. 정 급하면 119에 연락하라”고 말한 게 전부다.
지인은 공무원의 말을 믿고 내리막 방향으로 갔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다가 임도는 끊겨버렸다. 결국 119에 조난 신고를 해, 오후 7시 경 안성소방서 119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이때는 이미 휴대폰 배터리는 방전된 후였다.
구조대는 ‘임도’로는 제시간에 구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산 아래에서 가파른 경사로를 통해 수직에 가깝게 올라왔다. 어두워지면 ‘수색’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매우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국유림관리소’는 산불 예방, 병해충 방제, 등산로 정비 등 전국의 국유림을 관리하며, ‘국가지점번호’ 안내표지판 설치 및 정비 관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조난자가 긴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위치 확인이나 대응 안내는 기본이다.
그런 기관에서 ‘국가지점번호’에 대한 정보안내 시스템도 없고, 기본적인 위치 안내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지인은 “곤경에 처한 등산객을 대하는 산림 관계자의 무성의한 태도에 왜 ‘인재 사고’가 반복되는지 알 것도 같다”라고 회상했다. 어느 하나 과장 없이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섰다. 예기치 못한 조난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무조건 ‘119에 전화하세요’ 라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직 사회의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조난객이 긴급 연락처로 연락했을 때, 적어도 “지금 어디쯤 계신다” 정도는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조차 못할 바엔 차라리 국가지점번호 안내판 긴급 연락처를 ‘119’로 바꾸는게 더 정직할지 모른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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