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112억, 정용진 신세계그룹 22억…‘유통 오너 보수킹’ 숫자의 함정
신동빈 6개 계열사 합산, 정용진 이마트 한 곳 지급액
성과급 지급 시점·평가 기간도 달라…총액만으론 보수 수준 비교 한계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8-19 16:51:40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오너 경영인 가운데 공시로 확인되는 보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112억2700만원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22억500만원보다 5배가 넘는다. 그러나 두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면 실제 보수 구조를 놓칠 수 있다. 신 회장 보수는 6개 계열사가 지급한 돈을 합친 것이고, 정 회장은 이마트 한 곳에서 받은 금액이다.
19일 토요경제 재무분석실이 각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 회장은 롯데쇼핑·롯데지주·호텔롯데·롯데웰푸드·롯데케미칼·롯데물산 등 6곳에서 총 112억2700만원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와 CJ제일제당에서 약 93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홀딩스에서 52억1300만원을 받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백화점과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25억7300만원을 수령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에서 22억500만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그룹 총수 보수 순위’를 따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각 회사가 공개한 개인별 보수를 언론 등이 다시 합산한 숫자다. 총수가 몇 개 계열사에서 직책을 맡고 보수를 받는지에 따라 합계가 크게 달라진다.
반기보고서에 나온 ‘보수총액’을 연봉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1년 동안 받기로 한 계약상의 연봉이 아니라 상반기 6개월간 지급된 급여와 상여, 기타소득 등을 합한 금액이다. 퇴직자가 있다면 퇴직소득도 포함된다. 성과급 지급 시기와 퇴직 여부에 따라 상·하반기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시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 반기 중 5억원 이상을 받은 등기임원은 개인별 보수가 공개된다. 미등기 임직원은 5억원 이상 수령자 가운데 회사 내 보수 상위 5명이 별도로 공개 대상이 된다. 한 계열사에서 받은 금액이 공개 기준에 못 미치면 개인별 지급액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한 사례다. 이번 반기보고서에는 5억원 이상 개인별 보수 공개 대상자가 없어 신 회장의 지급액도 나타나지 않았다.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급액이 반드시 0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러 계열사의 공시 금액을 단순 합산한 ‘그룹 총수 보수’가 정확한 총수입과 일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신 회장의 보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과정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112억2700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98억8100만원보다 13억4600만원 많다. 증가분 대부분은 롯데쇼핑에서 나왔다.
롯데쇼핑이 신 회장에게 지급한 보수는 지난해 상반기 16억6100만원에서 올해 33억30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급여가 14억9400만원에서 20억7000만원으로 늘었고, 상여는 1억6700만원에서 12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반면 롯데케미칼 지급액은 11.3% 줄었다. 그룹 전체가 같은 비율로 보수를 올린 것이 아니다.
보수의 내용도 서로 다르다.
이재현 회장이 CJ에서 받은 73억4500만원 가운데 49억9400만원은 상여였다. 2021~2023년 성과를 기준으로 산정한 장기 인센티브의 마지막 분할 지급분 등이 포함됐다. 올해 상반기에 지급됐다고 해서 올해 상반기 경영 성과만을 평가한 돈은 아니다.
서경배 회장의 상반기 보수 52억1300만원 가운데 상여는 34억7600만원으로 66.7%를 차지했다. 반면 정지선 회장의 25억7300만원은 모두 급여였다. 정용진 회장은 급여 12억500만원과 상여 10억원을 받았다.
같은 ‘보수총액’이라도 고정급 중심인지, 단기 성과급인지, 과거 수년의 성과를 반영한 장기 보상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반기보고서부터 임원 보수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총주주수익률(TSR) 등을 함께 기재하도록 공시 서식을 손질했다. 임원이 얼마를 받았는지를 넘어 회사 성과와 보수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공시는 여전히 개별 법인 기준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가 총수에게 지급한 금액을 동일한 기준으로 합산해 비교하는 공식 통계는 없다.
공시로 확인되는 금액만 놓고 보면 신 회장이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오너 경영인 ‘보수 1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112억원은 한 회사에서 받은 연봉이 아니라 6개 계열사 지급액의 합계다. 이를 이마트 한 곳에서 받은 정 회장의 22억원과 그대로 비교하면 숫자가 가진 의미는 달라진다.
오너 보수가 적정한지는 총액 순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몇 개 회사에서 보수를 받았는지, 급여와 상여 비중은 어떤지, 성과급이 어느 기간의 실적을 평가한 것인지, 해당 회사의 실적과 주주가치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누가 가장 많이 받았나’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회사가 어떤 성과를 근거로 얼마를 지급했나’다. 그래야 보수 공시가 보여주는 숫자의 실체에 가까워진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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