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16조 조달길 열렸다…이제는 ‘어디에 투자하나’

자기자본 8.16조 기준 발행어음 한도 16.3조…실제 발행 규모는 미정
모험자본 공급기준 10%→2028년 25%…한도 전액 가정 땐 4.1조 상당
부동산 운용한도 15%→10%…WM 판매력 넘어 기업금융 자산 발굴 관건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5 10:38:51

▲ 삼성증권 [연합뉴스]

 

삼성증권이 최대 16조원대의 새 조달창구를 확보했다. 그러나 발행어음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조달 규모에 맞춰 우량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2028년 모험자본 공급기준이 25%까지 높아지면서 삼성증권의 경쟁력도 자산관리에서 자본배분 능력으로 시험대가 옮겨간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대표이사 박종문)은 지난 9일 금융위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약 9년 만이다. 삼성증권이 합류하면서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8곳으로 늘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원리금 확정형 상품이다.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6월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8조1566억원이다. 이를 단순 적용한 규제상 발행한도는 약 16조3132억원이다. 다만 이는 최대 가능금액이다. 실제 발행 규모는 상품금리와 시장 수요, 운용자산 확보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16조원이라는 숫자보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은 자금의 운용처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의무를 강화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를 국내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 기준은 2027년 20%, 2028년 25%로 올라간다. 중소·벤처·중견기업 자금공급과 주식투자, A등급 이하 회사채, P-CBO, 벤처·신기술투자조합 등이 인정 대상이다.

여기서 규제 구조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 가운데 25%를 반드시 모험자본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이를 별도로 해명했다.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의 25%는 필요한 모험자본 공급 규모를 계산하는 기준이며, 실제 의무는 종투사의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당 규모의 모험자본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이 현재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발행어음 한도 16조3132억원을 모두 채운다고 가정하면 숫자가 선명해진다.

IMA 조달액이 없고 자기자본과 발행잔액도 현재 수준에서 변하지 않는다는 단순 가정 아래 필요한 모험자본 규모는 올해 약 1조6300억원 상당이다. 기준이 20%로 높아지는 내년에는 약 3조2600억원, 2028년 25% 적용 시 약 4조800억원 상당이 된다.

이는 실제 삼성증권의 투자계획이 아니다. 향후 발행잔액과 자기자본, IMA 진출 여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진다. 다만 발행어음을 많이 늘릴수록 확보해야 할 모험자본 자산도 함께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돈의 방향도 과거와 달라진다.

현재 발행어음 운용자산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을 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은 올해 15% 이하로 제한되고 2027년부터 10%로 더 낮아진다. 과거 30%까지 가능했던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자금을 기업금융과 생산적 분야로 돌리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삼성증권에는 상당한 사업구조 변화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연결 순이익 9391억원, 영업이익 1조2853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만 순이익 4882억원을 냈다.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고액자산가 고객은 57만2000명에 달했다. 강한 자산관리 기반이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는 초기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기업금융도 성장하고 있다. 2분기 IB부문 실적은 90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6.1%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구조화금융이 794억원을 차지했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이 본격화하면 지금까지 수수료 중심으로 쌓아온 IB 역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자본을 운용할 기업대출과 채권, 성장기업 투자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행어음·IMA 사업을 영위하던 7개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규제상 인정기준 적용 후 9조8753억원이었다. 조달액 대비 평균 공급비율은 17.3%로 올해 의무기준 10%를 이미 웃돌았고 7개사 모두 기준을 충족했다. 신규 사업자인 삼성증권이 규제 최소선만 맞춘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시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발행어음은 삼성증권에 대규모 조달수단을 추가했지만 동시에 자산을 고르는 책임도 키웠다. 고객에게 지급할 원리금은 확정돼 있는 반면 기업금융 자산의 수익과 신용위험은 회사가 부담한다. 부동산 운용 여지는 줄고 모험자본 공급기준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삼성증권에 중요한 숫자는 16조원이 아니다. 조달한 자금의 규모에 맞춰 기업금융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늘리고, 2028년 25%까지 높아지는 모험자본 기준을 수익성과 함께 맞출 수 있느냐가 발행어음 사업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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