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한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3-12-23 10:33:10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혹한이다. 가정마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난방기, 온풍기, 전기장판 등의 사용량이 늘고 있는 탓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력 소비가 늘면 한국전력의 부채도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전기를 파는 것도 일종의 장사인데 ‘팔수록 적자’라니. 이런 적자 규모는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런 한전의 적자 규모는 2027년 말까지 약 22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관련 이자만 매년 수조원이 이건 그저 ‘덤’이다.

한전은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3년간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을 미뤄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의 자구책은 이롭지 못하다. 단기적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 착시효과를 낳겠지만, 장기적으론 ‘국가 전력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뇌관을 만들 수 있다.

속내를 모르는 이들은 이런 한전의 작자 행진이나 연간 수백 회 발생하는 전력 사고에 한전을 무작정 힐난한다. 물론 과거 한전의 경영에 문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한전이 겪는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이따금 발생하는 한전의 이탈과는 무관하다.

우량기업이던 한전은 왜 적자의 늪에 빠지고 동네북이 됐었을까.

물론 문제는 한 곳에 집약된 것은 아닐 터다. 다만 지난 정부의 과속 탈원전 정책과 실행이 한 축임에는 틀림없다. 당시 정부는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진 현실은 냉혹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으로 전기 생산단가는 가파르게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치권은 이에 걸맞은 요금인상을 허락하진 않았다. 물가를 요동쳐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또 이런 한전에 수천억원이 드는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을 떠넘겼으니, 선거를 위한 꼼수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재주는 곰이 부린다’는 말 속뜻처럼 결과적으로 박수는 정치인들이 받고 애꿎은 비난만 한전 임직원의 몫이 된 셈이다.

문제 해결의 정공법은 물론 요금 인상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0% 요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한전의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진다. 한전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는 길이다. 이른바 ‘빚 내서 빚 갚기’다. 지난해 한전법 개정안 통과는 기존 한전채 발행 규모를 2배에서 5배로 확대됐다. 하지만 행간을 읽으면 그만큼 빚을 더 내서 빚을 갚으며 버티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마치 한전은 무한대 돈을 찍어 부채를 쌓으며 나라를 경영하는 미국과 같은 처지가 됐다. 미국은 패권 국가로 지위를 누리지만 그렇다고 한전은 누릴 지위도 없다. 그저 여기저기 터지는 동네북 취급을 받을 뿐이다.

그렇다고 당장에 한전이 수익을 내도록 전기요금을 급격히 올려야 한다고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런 비상식적인 한전의 경영을 영원히 방치해서 안 된다. 물론 한전의 더 깊은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인력감축과 임금동결,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애꿎은 한전에만 총대를 메라는 주장은 이젠 설득력이 별로 없다. 오히려 정부가 전기 생산부터 요금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 또한, 전력 분야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자유시장을 추구하더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분야가 있고 그건 전력 분야다. 전기를 시장에 맡겨 발생한 미국의 전력 마비 사례인 2000년대 초반의 ‘캘리포니아 전력위기’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결국,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타이밍 문제지 기정사실이라면 한전에만 변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 그리고 정치권 모두가 변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는 향후 요금인상에 맞는 고효율 저소비로 태세를 전환하고 방어력이 부족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엔 정부의 ‘바우처’ 확대 등 다양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은, 더는 한전을 정치적 대상 혹은 소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심장으로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또 한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애꿎은 책임을 그들에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참에 ‘한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경구라도 만들어야 할까.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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