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1대주주까지 6.69%… 승계 ‘담보·세금’ 고비

내달 지분 3.54% 받아 2대 주주…정몽준 지분 14.46%는 대출 담보
74세 정 이사장, 분할 증여·상속 선택지…승계 자금 마련이 관건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8-05 10:42:29

▲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토요경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다음 달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지분 3.54%를 넘겨받아 2대 주주가 된다. 그러나 부친을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가 되려면 지분 6.69%를 더 받아야 한다. 문제는 정 이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절반 이상이 금융회사 대출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경영권은 이미 아들에게 넘어갔지만, 지분 승계는 담보를 풀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더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5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HD현대 공시를 분석한 결과, 정 이사장은 오는 9월3일 정 회장에게 HD현대 주식 280만주를 증여할 예정이다. 전체 발행주식의 3.54%다. 증여가 끝나면 정 이사장 지분율은 26.60%에서 23.05%로 낮아진다. 정 회장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높아져 국민연금의 7.12%를 넘어선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증여 후 13.38%포인트다. 하지만 정 이사장이 지분 1%를 넘기면 자신의 지분은 1% 줄고 정 회장 지분은 1% 늘어난다. 격차가 2%포인트씩 좁혀지는 셈이다. 정 회장이 지분 6.69%, 약 529만주를 추가로 받으면 두 사람의 지분율은 각각 16.36% 수준이 되고 정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추가로 필요한 지분의 가치는 8월4일 종가 20만8500원을 기준으로 약 1조1023억원이다. 이번에 증여하는 지분 5838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결국 이번 증여는 승계의 마무리가 아니라 개인 최대주주 교체를 앞둔 중간 단계에 가깝다.

다음 승계의 첫 번째 걸림돌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지난 6월 공시 기준 정 이사장이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한 HD현대 주식은 1142만2295주다. 전체 발행주식의 14.46%로, 대출금은 총 3715억원이다. 정 이사장 보유 주식의 54%가량이 대출 담보로 묶여 있다.

현재 담보 주식 수가 그대로 유지되고 이번 280만주가 담보 없는 주식에서 증여되는 경우, 정 이사장에게 남는 비담보 지분은 8.59%로 줄어든다. 정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가 되는 데 필요한 6.69%가 이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차례 더 대규모 증여가 이뤄지려면 담보가 없는 주식을 대부분 넘기거나, 기존 대출을 갚아 담보를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증여할 주식에 담보가 설정돼 있는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동의를 받거나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다른 주식이나 부동산을 새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현재 공시만으로는 오는 9월 증여할 280만주가 담보 주식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두 번째 걸림돌은 세금이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데 필요한 6.69%를 현재 주가로 평가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 최고 증여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세금은 66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실제 세금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의 평균 주가와 과거 증여액, 각종 공제 등을 반영해 확정된다. 상장주식의 증여가액은 증여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으로 평가한다.

지분을 여러 차례 나눠 받는다고 세율이 크게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같은 사람에게 10년 이내 받은 증여재산은 합산해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분할 증여는 절세 수단이라기보다 한꺼번에 마련해야 할 현금을 줄이고 주가가 낮은 시점을 선택하는 효과가 크다.

정 이사장은 1951년생으로 만 74세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승계가 먼저 끝난 만큼 앞으로의 지분 이전은 크게 세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

가장 빠른 방법은 정 이사장이 6.69%를 한꺼번에 추가 증여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즉시 개인 최대주주가 되지만, 1조원대 지분 이전과 6000억원대 세금 부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지분을 나눠 넘기는 방법이다. 한 해에 필요한 현금을 줄일 수 있지만, 10년 합산과세가 적용돼 총세금 자체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이번 증여세도 연부연납을 신청하면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그 기간에 추가 증여가 이뤄질 경우 기존 세금과 새 세금의 납부 일정이 겹칠 수 있다.

세 번째는 정 이사장이 일부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나머지를 향후 상속 단계까지 남겨두는 방법이다. 당장의 증여세 부담은 늦출 수 있지만 개인 최대주주 교체 시점도 미뤄진다. 상속이 발생할 때 다시 대규모 세금과 재원 마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오는 9월3일 증여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주식 평가 기간은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정 회장은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인 12월31일까지 증여세를 신고·납부하고, 필요하면 연부연납을 신청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는 이번 증여의 실제 세금 규모와 납부 방식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증여로 정 회장은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가 된다. 그러나 진짜 승계의 분기점은 부친의 지분을 6.69% 더 넘겨받는 시점이다. 한꺼번에 받으면 막대한 세금이 발생하고, 나눠 받으면 승계가 수년간 이어진다. 담보대출을 어떻게 정리하고 세금을 어떤 돈으로 낼 것인지가 HD현대 승계의 속도를 결정하게 됐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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