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무신사·삼성물산, 옷만 팔지 않는다…콘텐츠·공간으로 고객 접점 확대
LF 헤지스, 인공지능 캐릭터 ‘해리’ 영상 조회수 148만회 돌파
무신사 스탠다드, 경남 첫 매장 개점…300평 규모
삼성물산 르베이지, 도예가 윤광조와 협업 상품 14종 출시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10-15 10:48:12
국내 패션업계가 의류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경쟁하고 있다. LF는 인공지능(AI) 캐릭터를 상품 판매와 연결하고, 무신사는 지역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예술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넓혀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15일 패션업계와 각사 실적자료를 종합하면 LF·무신사·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공간, 문화예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실제 구매로 연결하려는 목적은 같다.
LF(대표 오규식·김상균)는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의 자체 캐릭터 '해리'를 활용한 AI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해리는 헤지스의 상징인 잉글리시 포인터 견종을 바탕으로 2022년 말 제작한 캐릭터다. LF는 이를 단순한 광고 캐릭터가 아닌 브랜드의 상품과 정체성을 전달하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공개한 2026년 가을·겨울 시즌 영상 '골든 라인'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48만회를 기록했다. 당초 목표였던 100만회를 넘어선 성과다.
약 4분 30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해리가 실제 헤지스 컬렉션을 바탕으로 제작한 의상을 착용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스타일은 헤지스 공식 온라인몰의 전용 공간 '해리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콘텐츠를 감상한 고객이 별도로 상품을 검색하지 않고도 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헤지스는 해리가 착용한 스타일을 매월 소개하며 캐릭터와 상품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캐릭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 '스페이스H 상하이'에는 해리 조형물과 AI 영상 콘텐츠를 설치했다. 러시아에서는 해리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현지 개발 상품에도 캐릭터를 적용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해리의 세계관을 확장해 글로벌 고객과 헤지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브랜드 언어이자 핵심 자산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브랜드 경쟁력 강화는 LF의 기존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LF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9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19.0% 늘었다. 회사는 헤지스와 닥스 등 주요 브랜드의 성장과 수입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실적 개선 요인으로 설명했다.
다만 해리 콘텐츠는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 만큼 상반기 실적과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영상 조회수가 실제 상품 구매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무신사(대표 조만호·조남성)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과 만나는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이날 경남 창원시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2층에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열었다. 경남 지역 첫 매장으로, 남성·여성·아동복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이번 출점은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 집중됐던 매장을 지역 상권으로 확대하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무신사는 대구·부산·울산에 이어 창원까지 영남권 판매망을 넓혔다.
지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협업도 진행한다. 창원 지역 카페와 한정 메뉴를 개발하고 제휴 할인쿠폰을 제공해 매장 방문과 주변 상권 이용을 연결한다. 개점을 기념해 오는 18일까지 약 560개 상품을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오프라인 확장은 이미 무신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41곳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했다. 방문객도 66% 이상 늘어나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고객 확보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해 1~10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QR코드를 통해 신규 가입한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매장 방문이 현장 판매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회원 확보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신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82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5% 증가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657억원으로 13.1% 늘었다. 반면 연결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해 해외사업 확대와 물류·인력 투자 등에 따른 비용 부담도 나타났다.
창원점 역시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고객의 반복 구매와 온라인 이용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사업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르베이지는 한국 도예가 윤광조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윤 작가의 분청사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드레스와 블라우스, 팬츠, 스커트, 스카프 등 14종의 상품을 개발했다.
이번 협업은 국내 예술가와 함께 상품을 개발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살롱 드 르베이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르베이지는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구 유스퀘이크에서 '비움으로 빚은 시간' 전시를 개최한다. 윤 작가의 도예 작품 약 18점과 협업 의류를 함께 선보인다.
행사 이후에도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국 르베이지 백화점 매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몰 SSF샵에서 협업 컬렉션을 판매한다.
예술 협업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르베이지는 2024년 권중모 작가, 지난해 김희찬 작가와 협업한 데 이어 올해 윤광조 작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인 의류에 반영해 브랜드 정체성을 축적하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2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5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63.6% 늘었다. 삼성물산은 자체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의 고른 성장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르베이지의 예술 협업이 전체 실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문화적 차별화가 실제 판매 확대와 고객 충성도 제고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확인할 부분이다.
세 회사의 전략은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LF는 디지털 콘텐츠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온라인 구매로 연결한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상품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면서 온라인 고객 기반도 확대한다. 삼성물산은 예술과 패션을 결합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할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경로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다만 콘텐츠 조회수와 매장 방문객, 전시 관람객 증가가 모두 매출이나 이익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LF는 콘텐츠를 통한 구매 전환, 무신사는 점포당 수익성과 재방문, 삼성물산은 협업 상품의 판매 성과가 각각 중요한 지표다.
패션업계의 고객 접점 확대 전략은 이미 콘텐츠와 유통채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실제 구매와 반복 소비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과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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