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막힌 투자 7.9조 푼다…현대차 전동화 인허가 3년→1년

반도체 팹 통합발주 허용·청정수소 입찰 재개…기업 지원 초점 ‘돈’에서 ‘시간’으로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01 10:31:46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이후 첫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투자 지원의 초점을 자금 지원에서 ‘시간 단축’으로 옮긴다. 현대차·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규모 투자사업의 인허가와 발주 규제를 손질해 착공과 양산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막힌 투자는 뚫고, 현장의 애로는 해소하겠다”며 ‘현장 중심 기업투자·혁신 2차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번에 지원 대상으로 잡은 현장 대기 프로젝트는 7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정부가 직접 투입하는 재정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도 규제와 행정절차 때문에 집행하지 못한 금액이다.

가장 큰 사업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환이다. 현대차는 약 4조원을 투입해 울산의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와 건축·안전 관련 인허가를 기존 방식대로 밟으면 행정절차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이를 1년 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종 영향평가와 인허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가능한 절차는 동시에 밟고, 전담 프로젝트매니저(PM)도 지정한다. 규제를 없애기보다 여러 기관의 심사 일정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원금 못지않게 공장 전환 시점이 중요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변화가 빠른 만큼 행정절차가 길어지면 신규 설비 가동과 신차 생산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정부가 인허가 기간 자체를 산업 경쟁력 문제로 보기 시작한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팹 건설 방식이 바뀐다. 정부는 현재 별도로 발주해야 하는 전기공사와 통신공사를 반도체 팹에 한해 통합 발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공사를 따로 진행하면서 일정 조율이 어렵고 유지보수 때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팹을 증설하는 기업에는 공사 관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는 셈이다.

생산설비 변경허가도 간소화한다. 반도체 제조용 가스를 공급하는 실린더캐비닛은 현재 일부를 추가할 때마다 기술검토와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여러 대를 설치할 경우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내년 관련 특례 고시를 만들 계획이다. 잦은 설비 변경으로 생산장비 투입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청정수소 분야에서는 시장 자체를 다시 연다. 정부는 지난해 취소됐던 청정수소 발전시장 경쟁입찰을 이달 재개한다. 연간 500GWh 규모를 15년 장기 고정가격계약 방식으로 선정하고,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기여도도 평가에 더 반영한다. 정부는 관련 생산·발전설비 투자가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투자도 포함됐다. 광주 군공항 이전과 연계한 무안 국가산업단지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지정 절차를 1년 이상 줄이고,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는 위험물 안전관리 특례를 확대한다. 각각 약 7615억원과 702억원 규모의 투자 촉진이 목표다.

이번 대책의 공통점은 기업에 돈을 더 주는 대신 투자가 멈춰 있는 구간을 직접 손봤다는 점이다. 현대차에는 인허가 기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팹 건설·설비 절차를, 수소기업에는 시장 진입 통로를 줄였다.

정책 성과도 숫자보다 속도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행정절차가 실제 1년 안에 끝나는지, 반도체 팹 증설 기간이 단축되는지, 청정수소 사업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지가 첫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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