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1분기 실적, 매출보다 마진이 움직였다
매출 4.6% 증가에 영업이익 91% 급증…글로벌 부문이 이익 개선 견인
필리핀 흑자전환·제로탄산·RTD가 방어축…2분기는 원가 부담 시험대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 2026-07-22 10:40:54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외형 성장보다 마진 회복에 의미가 있다. 매출 증가율은 4.6%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91.0% 늘었다. 같은 매출을 올려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긴 셈이다. 재무제표상 핵심은 판매량이 아니라 이익의 질이다.
롯데칠성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525억원, 영업이익 478억원, 당기순이익 253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영업이익률은 약 5.0%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약 25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2%대 후반에서 5%대로 올라섰다.
이익 개선은 크게 세 갈래에서 나왔다. 글로벌 법인의 수익성 회복, 제로탄산과 기능성 음료의 성장, 주류 부문에서 새로와 RTD(즉석음용주류)의 방어력이다. 국내 음료·주류 수요가 강하게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제품 믹스와 비용 구조가 바뀌면서 이익률이 개선된 성격이 강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글로벌 부문이다. 1분기 글로벌 부문 매출은 3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글로벌 부문 영업이익이 6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분은 약 137억원이다. 연결 영업이익 증가분 약 228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글로벌 부문이 만든 셈이다.
필리핀 법인 PCPPI의 흑자전환은 핵심이다. PCPPI의 1분기 매출은 2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33억원 적자에서 올해 5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거의 늘지 않았는데 손익이 약 87억원 개선됐다. 이는 외형 성장보다 생산·물류 효율화와 비용 절감 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국내 음료 부문도 비슷한 흐름이다. 음료 부문은 1분기 매출 4142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2.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5.1%다. 제로탄산, 에너지음료, 스포츠음료가 수익성 방어에 기여했다.
제로탄산은 이미 일정 규모를 확보했다. 1분기 제로탄산 매출은 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음료 시장 전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두 자릿수 성장한 점은 의미가 있다. 에너지음료와 스포츠음료 매출도 각각 8.7%, 11.5% 늘었다. 건강·기능성 수요가 기존 탄산 중심 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주류 부문은 빠르게 성장했다기보다 버텼다. 1분기 주류 매출은 1942억원으로 0.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9.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8.0%다. 기존 소주·맥주 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와 RTD가 방어축 역할을 했다.
최근 제품 활동도 이 방향과 맞물린다. 롯데칠성은 올해 새로 출시 이후 첫 리뉴얼을 진행했다. 기존 보리·쌀증류주를 100% 국산 쌀증류주로 바꾸고 아미노산 5종을 첨가했다. 5월에는 새로 오미자를 내놓으며 과일 소주 라인업을 확대했다. 새로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8억병을 넘어섰다. 이미 규모를 확보한 브랜드를 리뉴얼과 플레이버 확장으로 더 오래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RTD에서는 순하리 진이 움직이고 있다. 순하리 진은 출시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8200만캔을 넘어섰고, 1분기 RTD 카테고리 매출은 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4.4% 증가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률이 높다. 저도수·간편 음주 트렌드와 맞물려 주류 부문의 낮은 성장성을 보완하는 보조축으로 볼 수 있다.
맥주 부문에서는 클라우드 리뉴얼이 진행됐다. 롯데칠성은 5월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의 맛과 패키지를 손질했다. 맥주 시장에서 롯데칠성의 지위가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약한 축을 그대로 두지 않고 제품 경쟁력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은 확인된다.
재무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65.1%로 전분기보다 2.6%포인트 낮아졌고, 차입금 비율은 93.4%로 5.8%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이 낮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수익성 개선과 차입 부담 완화가 동시에 나타난 점은 긍정적이다.
중장기 목표도 외형보다 수익성 쪽으로 조정됐다. 롯데칠성은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30년 매출 4조8000억~5조원, 영업이익률 8~10%, 해외 매출 비중 50%를 목표로 제시했다. 과거 2028년 매출 5조5000억원 목표보다 외형 눈높이는 낮아졌다. 대신 영업이익률과 해외 비중을 앞세웠다. 무리한 매출 확대보다 남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다만 2분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변수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16일 롯데칠성의 2분기 연결 매출을 1조1261억원, 영업이익을 546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 늘지만 영업이익은 12.5% 줄어들 것으로 봤다. 중동 리스크 이후 포장재 가격과 유가 상승 부담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이유다. 같은 증권사가 5월 초 2분기 영업이익을 625억원으로 봤던 점을 감안하면 눈높이가 낮아졌다.
이 전망은 롯데칠성의 다음 과제를 보여준다. 원가가 오를 때 제품 믹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필리핀 법인의 손익 개선이 일회성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반복 가능한 이익으로 남을 수 있는가. 새로, RTD, 제로탄산이 비용 상승분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
1분기 실적의 의미는 분명하다. 롯데칠성은 많이 판 것보다 더 남긴 데서 실적을 개선했다. 글로벌 부문이 연결 이익 증가분의 큰 부분을 만들었고, 필리핀 법인은 매출보다 손익에서 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국내 음료와 주류는 폭발적 성장은 아니지만 제로·기능성·RTD 중심으로 믹스가 개선됐다.
올해 롯데칠성을 볼 때 핵심 지표는 매출 성장률이 아니다. 영업이익률, 해외 부문 이익률, 제품 믹스 개선 효과다. 1분기는 마진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2분기는 이 구조가 비용 상승 국면에서도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구간이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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