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수원, 대우건설과 체코 원전 결별…이사회 보고도 없었다
26조원 사업 핵심 시공 컨소시엄 교체…경영진 중심 의사결정
한수원 "이사회 보고 대상 아니다"…대형사업 감독절차 개선 필요성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 2026-11-02 10:34:23
한국수력원자력이 천문학적 사업비가 걸린 체코 원전의 핵심 시공 컨소시엄과 결별하면서 이사회에는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이사회 심의 대상이 아닌 계약 실무라는 입장이다.
2일 토요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사회에 상정하는 안건은 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며 "실무적인 계약 사항은 이사회 안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조건과 협상 결과는 담당 사업부서가 검토해 경영진에 보고하고 결정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일반적인 계약조건 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은 약 26조원 규모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2018년부터 한수원과 함께 수주를 준비해 온 핵심 협력사다. 이번 협상 종료로 기존 시공 협력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수원은 지난 15개월간 협상했지만 공사비와 설계 변경에 따른 위험 분담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체코 측 사업 일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수정안을 제출했는데도 협상이 종료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2027년 7월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시공사를 교체하더라도 기존의 공사비와 위험 분담 문제는 남는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과 계약 협상에 필요한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컨소시엄과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과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의 비용·일정·위험을 어떻게 비교했는지가 쟁점이다.
이사회 보고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법령이나 내부 규정 위반을 단정할 수는 없다. 계약 협상과 사업 수행은 경영진의 권한에 속한다. 다만 사업 수행체계가 바뀌는 중대한 결정까지 이사회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도로 검토할 문제다.
한수원은 지난해 체코 원전 주계약 체결 당시에도 이사회 의결·보고를 거치지 않아 국정감사에서 논란을 겪었다. 반면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의 계약변경 사항은 이사회에 보고한 전례가 있다.
계약의 성격과 적용 규정이 다를 수 있지만 대형 해외사업에서 어떤 사안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도 이번 협상 결렬 이후 사업관리를 강화했다. 산업통상부는 2일부터 장·차관이 참여하는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과 사업 일정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대형 해외사업 관리절차도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개별 계약 실무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핵심 협력사 변경처럼 사업비와 공사 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별도의 보고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은 계약 결정 권한과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남겼다. 한수원이 향후 대형 해외사업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이사회의 위험관리 기능을 연계하는 절차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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