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파업 전운, 기아는 美 리콜…현대차그룹의 불안한 뒷면

임협 결렬·AI 고용 보장 요구·텔루라이드 안전벨트 결함…노무·품질·공급망 리스크 동시 부상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16 10:32:11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기아 인도공장 점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리스크가 최근 노무, 품질, 공급망에서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 수순에 들어갔고, 기아는 미국에서 2027년형 텔루라이드 안전벨트 결함으로 리콜을 신고했다. 인도에서는 협력사 화재가 현대차 첸나이 공장 생산을 흔들었다. 판매와 매출 지표만으로는 가려졌던 운영 리스크가 현대차그룹의 새 부담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차의 첫 불안 요인은 노사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1차 교섭 뒤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임금을 포함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노조는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고, 오는 24일 전체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합법 파업이 가능해진다.

요구안은 단순 임금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2025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완전 월급제,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정년 최장 65세 연장, 신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AI다. 노조는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고용과 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넣었다. 로이터는 지난 10일 금속노조의 다음 달 15일 파업 계획을 전하면서 요구 배경을 “기업들이 AI 기술과 로봇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일자리 보장을 요구한다(job security as more companies use AI technology and robots)”고 보도했다. 제조 현장의 자동화가 성과 배분과 일자리 보장 논쟁으로 번진 셈이다.

해외 생산도 예외가 아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10일 협력사 모비스 인도 공장 화재로 첸나이 내 한 공장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오는 22일까지 정상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6월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완성차 생산이 협력사 한 곳의 화재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기아의 부담은 미국 리콜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된 지난 2일자 안전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 미국법인은 2027년형 텔루라이드와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6264대에 대한 리콜을 신고했다. 대상은 2026년 3월 24일부터 5월 12일까지 생산된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4367대와 3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생산된 가솔린 텔루라이드 1897대다.

결함은 운전석 안전벨트다. NHTSA 보고서는 공급사 오류로 잘못된 차량 센서가 장착돼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당길 때 비상잠금 리트랙터가 잠길 수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사용할 수 없는 탑승자 보호장치는 충돌 시 안전벨트를 매지 못한 운전자의 부상 위험을 높인다(An unavailable occupant restraint increases the risk of injury to an unbelted driver in the event of a collision)”고 밝혔다. 소유자 통지는 다음달 31일로 예정됐다.

현대차도 품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NHTSA의 지난달 18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은 2025~2026년형 싼타크루즈, 투싼, 투싼 하이브리드,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42만1078대를 리콜한다. 결함은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시스템이다. 전방 카메라 소프트웨어가 전방 물체와의 거리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작동해 운전자 예상보다 빨리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급제동은 뒤따르는 차량과의 추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Sudden braking may increase the risk of a rear-end crash with closely following vehicles)”고 적었다. 안전 보조 기능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월에는 팰리세이드 전동시트 문제가 먼저 터졌다. 현대차는 지난 3월 13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2026년형 팰리세이드 일부 트림 판매 중단과 리콜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는 오하이오주에서 지난 3월 7일 2세 여아가 숨진 사고 이후 조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NHTSA의 지난 3월 17일자 보고서에는 2·3열 전동시트가 탑승자나 물체 접촉에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의 리콜이 주로 부품 내구성 문제였다면, 최근 리콜은 카메라 소프트웨어, 전동시트 제어, 안전벨트 센서 등 소프트웨어·센서·전장 부품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외형만 보면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 45조9389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냈다. 기아도 1분기 매출 29조501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차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줄었고, 기아 영업이익도 2조2051억원으로 26.7% 감소했다. 관세와 원가 부담에 노무·공급망·품질 리스크가 겹치면 실적 방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과제가 세 갈래로 압축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노사 협의로 관리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기반 안전 기능의 검증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사 화재나 부품 결함이 완성차 생산과 품질 문제로 번지는 구조를 줄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는 파업 가능성, 기아는 미국 리콜이 부각됐지만 본질은 노무·품질·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잘 팔리는 회사일수록 내부 운영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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