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이후 한국 AI 산업 재편…HBM 넘어 로봇·AI팩토리로 판 넓어진다
엔비디아, 삼성·SK 넘어 LG·현대차·네이버까지 협력 확대
한성숙 총리 후보자 지명도 ‘AI 대전환’ 국정 기조와 맞물려
부품 공급국 넘어 AI 산업 플랫폼 국가로 갈 수 있나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09 10:24:47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이후 한국 AI 산업의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관심은 HBM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중심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AI 팩토리, 로봇,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제조 자동화가 새 축으로 떠올랐다.
정부 흐름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 출신이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가 AI 대전환과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한국이 엔비디아의 메모리 공급국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 인프라와 산업 적용을 함께 맡는 파트너로 커질 것인가.
로이터는 8일 “엔비디아가 한국의 SK하이닉스, 네이버, 두산그룹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엔비디아 기술 활용을 위한 계약을 발표했다”(Nvidia on Monday announced deals with South Korea’s SK Hynix, Naver and Doosan Group to build AI data centres and use the U.S. chip firm’s technology)고 보도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출발점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파트너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파운드리와 자율주행 칩, HBM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방한의 의미는 반도체에만 있지 않다.
AI 팩토리가 새 전장이다. AI 팩토리는 대규모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산업 인프라다. 네이버와 SK텔레콤은 이 영역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포털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사업자로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 기술을 바탕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이를 국내외 기업에 제공하는 구상이다. 이 경우 네이버는 단순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운영자가 된다.
SK텔레콤도 통신망과 데이터센터를 앞세운다.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GPU 클라우드와 묶으면 국가 AI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다. 통신업의 성장 축도 바뀔 수 있다.
LG그룹은 로봇과 데이터센터에서 주목받았다. 로이터는 8일 젠슨 황 CEO가 LG그룹과 휴머노이드 로봇 및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 뒤 “우리는 LG와 모터 기술 및 기계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We are working with them in motor technology as well as mechanical systems)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 데이터센터 설계에서도 LG와 협력하고 있다”(We’re also working with LG in architecting the future data centers)고 했다.
이 발언은 LG의 위치를 다시 보게 한다. LG전자는 가전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봇 관점에서는 다르다. 모터, 구동부, 센서, 카메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홈, B2B 유지관리 역량을 갖고 있다. 로봇을 ‘움직이는 AI 단말’로 보면 LG의 기존 제조 역량은 강점이 된다.
현대차그룹도 피지컬 AI의 핵심 축이다. 자동차는 이미 소프트웨어와 AI가 결합된 이동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 물류 자동화가 모두 연결된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와 로봇, 공장 자동화 데이터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AI 전환을 성장 전략으로 밀고 있다. 로이터는 8일 이재명 대통령이 AI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활용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한국을 모든 산업에 AI를 통합하는 첫 국가로 만들겠다”(make South Korea the first nation to integrate AI into every industry)는 구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성숙 총리 후보자 지명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플랫폼 기업 경영자 출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AI 전환을 산업 정책뿐 아니라 행정,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 전반으로 넓히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한 후보자 지명과 엔비디아 협력 확대를 직접 인과관계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두 사안은 별개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AI 전환을 성장 전략의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과제도 뚜렷하다. GPU와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 한국 기업이 메모리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머물면 핵심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될 수 있다.
반대로 AI 팩토리 설계·운영, 산업별 AI 서비스, 로봇 데이터, 제조 자동화 솔루션까지 확보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은 부품 공급국을 넘어 AI 산업 플랫폼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투자 부담도 크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 부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수익 배분 구조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로이터는 8일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들이 발표한 계약의 가치는 공개되지 않았다”(The value of the deals announced by Nvidia and its South Korean partners was not disclosed)고 전했다.
젠슨 황의 방한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한국은 AI 시대의 메모리 공급국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로봇, 제조 현장을 연결하는 AI 산업 국가로 확장할 것인가.
HBM은 문을 열었다. 다음 승부처는 AI 팩토리다. 그리고 로봇이다. 한국 AI 산업의 판이 다시 짜이고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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